내용요약 학생 빠지면서 매출도 급감…경기체감지수 올랐지만 상권마다 상이해
지역 상권 살리기에 자발적 동참 분위기도 이어져…"사회공헌 아닌 일상의 문제"

[한스경제=마재완 수습기자] 산발적인 지역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고려대학교 후문에서 11년째 인쇄소를 운영하는 상인은 “대학 근처 상권은 학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면 정말 너무 힘들다”라며 “특히 인쇄 발주량이 많은 대학원 수업도 온라인으로 대체된 경우가 많아 상반기 수입은 평소보다 70% 이상 떨어졌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2일 오후 고려대학교 인근 인쇄소가 텅 비어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게 규모와 상관없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유동인구 의존도가 높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은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이중고에 시달렸다.

민·관이 협력해 방역에 힘쓴 결과 상황은 조금 나아졌다. 지난 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체감경기 지수는 88.3점으로 지난달 대비 14.5포인트 상승했다. 전통시장 체감경기 지수는 109.2점으로 29.2포인트 상승했다. 체감경기 지수는 100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상황이 호전된 것이고 미만인 경우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정부와 임대사업자들이 협력해 ‘착한임대료’ 운동이 전개됐고 효과가 있었다. 지난달부터는 재난지원금 지급도 시작돼 아직 부족하지만 시장에 유동성 공급도 재개됐다.

그러나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대학교 주변 상권엔 딴 나라 이야기다. 온라인 수업으로 등교하는 내국인 학생 숫자가 현격히 줄었고 유학생 휴학 비율도 늘어 인근 상권 유동 인구는 평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서울 성북구 소재 고려대학교는 자체 검진소를 운용하며 체온을 확인하고 건물 출입증 스티커를 배부하는 등 안전에 유의하는 분위기다.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경우가 다반사여서 예년에 비하면 학생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주변 상인들의 고충도 커졌다. 

고려대 검진소 운용요원은 “건물 출입을 위해서는 체온검사에 응하고 신분증 확인을 받은 후에 스티커를 배부 받아야 가능하다”라며 “스티커마다 날짜와 요일이 달라 편법이 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 외에 학교에서 따로 시행하는 방역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대면 수업으로 전면 전환하는 것에는 조심스러움을 표했다.

고려대학교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자체 검진소를 운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난지원금이 지급돼도 자금이 회전되지 않아 상인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대학교 인근 주요 소비주체인 학생들이 사라지다보니 업종에 관계없이 매출이 급락했다.

고려대학교 인근에서 5년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은 “지원급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보다 그 재원으로 강력한 통제 정책을 시행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종식시켜주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며 “지원금을 받아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손님이 없으니까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다.

또 같은 지역에서 원룸 전문 부동산을 운영하는 부동산 업자는 “확실히 유학생이 줄어드니까 원룸 수요가 굉장히 준 게 사실”이라며 “정확한 수치 공개는 어렵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임차 문의, 실거래 건수 등 모든 측면에서 50% 이상 쪼그라 들었다”라고 언급했다. 대학 상권에 닥친 어려움은 유동인구 없이 재난지원금 지급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고려대학교 앞 참살이길이 한산하다.

고려대학교는 문·이과 캠퍼스가 각각 나누어져 있고 대학병원도 인근에 위치해 안암동 참살이길 주변 상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지난 2018년부터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타운 조성’등 인근 상인들과 상생 노력을 지속해왔다. 타대학 인근 상권 대비 매력 요소가 부족해 유동인구가 점차 감소세였던 고려대 인근 상권은 캠퍼스타운 조성 후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지난 2019년 고려대학교 인근 참살이길 상권에 개인 카페를 연 상인은 “캠퍼스타운이 조성되고 젊은층 유입이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찾아온 어려움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난처하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교 자체 방역시스템 운영을 통해 집단 감염을 막고 있지만 학교 자체적으로 주변 상인들과 추진하고 있는 대책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대학 상권이 어려움에 빠져있지만 학생이 주도하는 다양한 상생과 협력 미담도 들려온다.

지난달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에서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상인들과 합심해 상권 살리기에 동참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대학 인근 상인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이혜림 외 카이스트 학생 7명은 ‘카이스트-어은상권 상생 프로젝트’를 구성해 진행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선결제를 통한 할인쿠폰 제공이다. 미리 학교 주변 가게에 선결제를 하면 점주들이 할인쿠폰을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속적인 상권 활성화에 보탬이 된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카이스트 학생들의 전반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것도 신속한 프로젝트 추진에 한 몫 했다.

프로젝트 구성원으로 활동한 이혜림 카이스트 전산학부 학생은 “사회에 큰 공헌을 하는 것이 아닌, 그냥 밥을 먹다 문득 생각난 일상의 문제”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상권이 조금이나마 회복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도 주변 상권을 돕기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학교 앞에 위치해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분식집이 코로나19로 영업난에 빠졌다는 소식이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이에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해당 분식집에 방문하는 등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해당 분식집 사장은 “4월초 대학교 개강을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학생들이 많이 도와주긴 했다”라며 “그러나 지난달부터 다시 코로나19가 번지고 사람이 더 줄어들면서 또다시 매출이 감소해 지난달에는 주말도 없이 일했는데 매출이 평년대비 일주일 만큼도 안 돼 장사를 그만둘까도 고민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이화여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1학기 수업을 전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으며 실험 등 직접 참여가 필요한 일부 수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대면 수업을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관광객은 물론 외부인의 교내 출입도 더욱 엄격히 금지 조치돼 주변 상인들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대학교는 교육 공간이기도하지만 지역사회의 중요한 경제적 요소다. 학교 주변에는 원룸촌과 상권이 형성된 경우가 많으며 상인들도 매출 계획과 운영 방향을 고민할 때 주변 대학교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입장에서도 축제와 각종 행사를 진행할 때 주변 상인들의 도움과 양해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상대다.

시험을 준비중이라서 학교를 찾았다는 고려대 재학생은 “축제 때는 학생회 통해서 주류나 음식 지원을 많이 받아놓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좀 너무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긴급재난지원금이 국민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어 매우 기쁘다”고 언급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돼도 사용할 학생이 없어 대학 상권은 상당한 어려움에 빠져있다. 소비 주체인 학생이 사라져 상인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는만큼 학교와 지역사회간 상생과 협력을 통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재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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