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문경준, 이수민, 함정우, 박상현. /K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30대 선수 가운데 약 60~70%는 (생계 걱정에) '투잡'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한 대회 우승자는 본지에 이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또 다른 30대 선수 역시 자신을 “생계형 골퍼”라고 소개했다. 대회 최하위를 기록한 적 있는 한 20대 선수는 “정상적인 시즌엔 연간 경비만 약 7000만 원이 들더라. 그런데 상금은 좀처럼 따내지 못했다. 여태까지 해온 게 골프 밖에 없지만, 몇 년 더 해보고 정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진로를 다른 쪽으로 틀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의 어머니 역시 “아들을 응원하고 있지만 경비 생각하면...”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상급 선수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KPGA 코리안 투어 선수들은 늘 생계 걱정을 한다. 코리안 투어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달리 인지도가 낮고 매력적이지 못한 시장으로 치부되고 있어 후원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투어는 대회 신설, 개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선수들은 제대로 된 후원사 로고를 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후원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결국 가까운 지인의 가게 이름을 모자나 의류에 박고 뛰기도 한다.

국내 남자골프는 1일 경기도 용인 플라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 KPGA 스킨스 게임 2020을 통해 기지개를 켰다. 지난해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으로 시즌이 끝나고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없어 약 7개월을 실업자 신세로 보낸 선수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대회장에선 국내 남자골프의 암울한 현실을 전하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대회에 출전한 문경준(38)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전반기에) 대회가 4, 5개 정도 열려야 했는데 코로나19 확산 탓에 그러지 못했다"며 "상위권 선수들을 제외하면 상금에 의존해서 지내는 선수들이 많다.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선수들도 많다고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솔직히 국내 남자 선수들은 회사와 계약하거나 후원사를 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대회가 없으니 수입도 없지만 돈 쓰는 것은 비슷하다"며 일부 선수들이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박상현(37)도 "선수들이 이 시점에서 느끼는 점이 많다"며 "대회 하나하나가 소중한 것을 느꼈고, 직장을 잃은 분들의 심정도 알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날 경기는 각 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속한 팀이 해당 홀의 상금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경준-이수민(27) 조는 10개 홀을 이겼고, 박상현-함정우(26) 조는 8개 홀을 따냈다. 총상금 1억 원 중 문경준-이수민 조가 획득한 5600만 원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 구호협회에 기부되고 박상현-함정우 조의 4400만 원은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지부에 전달된다. 가장 많은 스킨을 따낸 선수에게 주어지는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은 6스킨을 따낸 박상현이 차지했다.

KPGA 코리안 투어가 하나금융그룹과 제네시스의 후원을 이끌어내 이 같은 상금 기부 대회를 주최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KPGA는 7월 2일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으로 올해 정규 투어를 시작한다. 후반기에 11개 대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총 15개 대회보단 분명 적은 수다. “대회가 하나라도 더 많이 열리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다"라는 문경준의 말은 KPGA에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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