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퀴즈. 여기 프로야구 원년부터 39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을 지역 연고한 A구단이 있다. A구단은 충성심 높은 팬들을 보유하고 리그에서도 상위권의 성적을 내며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기업의 자금난 속에 매물로 나왔다. 이 구단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힌트.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토브리그' 속 드림즈는 단단한 지역 연고와 두터운 팬심을 갖추고도 200억 원에 중소 벤처기업에 팔렸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실제 KBO리그에서 200억 원으로 살 수 있는 구단은 없다. 200억 원이면 1년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도 빠듯하다. 결국 A구단은 가치는 200억 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지만 A구단은 모기업인 두산그룹의 재정 위기 속에 매각설에 휩싸인 두산 베어스다. 최근 매각설에서 베어스의 시장가치는 1900억 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왜 1900억 원일까. 근거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평가다. 

2006년부터 포브스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가치를 평가했고, 베어스는 2015년부터 5년 연속 구단 가치가 가장 높은 구단으로 선정됐다. 포브스는 2018년 베어스 가치를 1937억 원으로 평가한 데 이어 지난해 역시 1907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봤다. 

포브스의 평가와 별개로 실제 베어스의 재무재표를 토대로 살펴보면 어떨까. 두산 베어스가 지난달 29일 전자금융공시에 공개한 공시를 근거로 들여다 봤다. 

먼저 자산가치는 자산총액 666억6100만 원(현금, 채권, 토지, 건물, 사용권자산 등), 부채 340억 원(차입금, 미지급금, 리스부채 등), 자본 86억9200만 원이다. 둘째, 손익가치를 보면 베어스의 2019년 1년 간 수익은 579억9200만 원(프로야구 입장수입, 광고수입, 중계권료수입, 트레이드수입 등)이다. 반면 사용한 비용은 547억2800만 원(선수단운영비, 급여, 경기진행비, 구장사업비 등)으로 영업이익 32억6400만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매비, 관리비 등을 빼고 영업외 수익과 비용, 특별 이익과 손실을 가감한 후 법인세를 뺀 당기순이익은 9억9400만 원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재무적 요소로 베어스의 적절한 가치를 산정할 수 없다. 야구단의 가치는 재무적 관점 외에도 살펴야 할 항목이 많다. 더구나 베어스는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주)두산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베어스를 운영하는 자금이 모회사와 관계사로부터 흘러 들어오기 때문에 구단을 매각한다는 관점에서 일반적인 가치평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두산은 공개적으로 베어스 매각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만약 누군가 베어스를 산다고 했을 때 현재 구조와 같은 매출 구조를 이룰지 미지수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모기업의 스폰서십 없이 자생적으로 이익을 내는 구단은 극히 드물다. 지난해 베어스에 흘러 들어간 계열회사의 돈은 161억7600만 원이다. 포브스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해 구단 가치를 산정할 때 구단의 연고지 규모와 경기장가치(입장 수입), 스포츠가치(연봉, 중계권, 성적 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격을 산정한다. 

1900억 원은 포브스가 산정한 베어스의 추정 가치다. 여기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이어온 두산을 향한 팬심과 그런 팬들의 추억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 'V7' 두산 베어스. 베어스 팬의 바람은 현재진행형이다. 

박대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