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KBO리그 전통의 강호 두산 베어스가 모기업의 위기 속에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두산그룹과 베어스 구단 모두 "매각은 없다"고 선긋기에 나서고 있지만 베어스 매각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일 두산중공업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두산중공업이 제출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검토한 뒤 1조2000억 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확정했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에 대한 지원 규모는 3조6000억 원으로 늘었다. 이번 추가 지원에 앞서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2조4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이미 약속한 바 있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은 올해 갚아야 할 시급한 채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비록 급한 불은 껐다고 하지만 위기를 완전히 극복한 건 아닌 만큼 베어스 매각 가능성이 '0%'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만약 베어스가 매물로 나온다면 가치는 얼마나 될까.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06년부터 KBO리그 구단의 가치를 책정했다. 시장과 경기장, 스포츠 가치를 따져 야구단 가치를 평가했다. 포브스 평가에 따르면 국내 10개 구단 가치 총액은 1조3748억 원으로 평균 1387억 원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의 16분의 1 수준이다. 

베어스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KBO리그 구단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구단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15년 1539억 원을 시작으로 1633억 원(2016년), 1822억 원(2017년), 1932억 원(2018년)으로 매년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입장료 수입이 감소하면서 구단 가치 총액 역시 1907억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10개 구단 중 여전히 가장 가치가 높다. 

베어스 매각 대금을 최대 2000억 원으로 봤을 때 두산그룹이 필요한 돈에 비하면 2000억 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안에 두산그룹이 갚아야 할 채무만 3조 원 수준이다. 2000억 원을 수혈해 봤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셈이다. 두산그룹 역시 이런 이유로 39년간 운영해 온 그룹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야구단 매각에 부정적이다.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수 조원의 혈세를 수혈 받는 두산그룹이 적자를 보는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을 두고 비판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수조 원의 혈세를 수혈하는 채권단과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베어스의 매각설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매년 200억~3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적자 보는 야구단을 유지하는 게 합당한가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두산그룹의 핵심인 중공업, 밥캣, 인프라코어 등은 B2C(기업 대 고객)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과 접점이 적은 B2B(기업 대 기업) 사업이다.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야 한다면서 B2C에 적합한 야구단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끝으로 회생을 위한 두산그룹의 강력한 의지 및 메시지를 전달하는 차원에서 베어스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조 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상황에서 두산이 애지중지하던 야구단까지 팔 정도로 회생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신호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지원의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베어스 매각은 한 고비를 넘겼다.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두산그룹의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이 ‘오케이(OK)’ 사인을 냈다. 그렇다고 낙관만 할 수도 없다. 상황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베어스 매각설은 모기업인 두산그룹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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