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수비수 실책으로 인한 출루는 타자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아"
NC 나성범(왼쪽)이 1루 땅볼로 물러나고 있다. 두산 1루수는 오재일. /OSEN

[한국스포츠경제=김준희 수습기자] 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플레이는 세세한 것 하나까지 기록지에 담긴다. 심지어 똑같은 동작이라도 그 선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는지에 따라 남는 기록이 다르다. 그만큼 다른 종목에 비해 야구는 기록 달성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달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두산 주전 유격수 김재호(35)는 이날 경기 전까지 26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은 선발 대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8회말 1사 주자 1루 상황. 김재호는 류지혁(26) 대신 타석에 나섰다. 상대 투수 이인복(29)의 2구째를 공략했지만 2루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병살타에 그쳤다. 기록이 끊어지는 듯했으나 다행히(?) 경기가 연장으로 흐르면서 한 차례 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11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배팅 박스에 선 김재호는 구승민(30)의 3구째를 받아쳤지만 이 또한 유격수 정면으로 굴렀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듯했으나 롯데 유격수 딕슨 마차도(28)가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면서 포구에 실패했다. 김재호는 1루에 도착했고, 공식 기록은 ‘유격수 포구 실책’으로 남았다.

그렇다면 김재호는 27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한 걸까? ‘출루(出壘, 누상에 나가다)’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어쨌든 1루를 밟았기에 기록을 유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답은 ‘NO’다. 상대 실책으로 누상에 나갔을 땐 타자의 출루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김태선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장은 2일 본지와 통화에서 “수비수 실책으로 인한 출루는 타자의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공식 기록은 실책으로 남고, 타자의 출루율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수 실책을 비롯해 와일드 피치나 패스트볼에 의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황에서도 타자 기록은 삼진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김재호의 최종 성적은 2타수 무안타가 됐다. 지난해 9월 28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이어온 26경기 연속 출루 기록 또한 끊겼다.

한편 KBO 연속 경기 출루 최다 기록은 한화 간판타자 김태균(38)이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6년 8월 7일 NC 다이노스전부터 2017년 6월 3일 SK 와이번스전까지 86경기 연속 출루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전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선수 펠릭스 호세(55ㆍ63경기)와 박종호(47ㆍ59경기) 롯데 수석코치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김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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