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강렬한 메이크업과 특유의 아우라로 랩을 쏟던 래퍼 치타가 배우 김은영으로 새 얼굴을 보여줬다. 최근 개봉작 ‘초미의 관심사’에서 순덕 역을 맡아 자신의 캐릭터와 꼭 맞는 연기를 했다. 공개 연인인 배우 겸 감독 남연우가 연출을 맡은 이 영화에서 치타는 연기는 물론 곡 작업에도 참여하며 제 몫 이상의 역할을 했다. 치타는 “대중이 좋아하는 센 이미지도 치타지만 연기를 하는 김은영도 치타”라며 “새로운 걸 만들고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는데 심지어 주인공을 맡았다. 연기 트레이닝을 받았나.

“레슨이나 트레이닝을 받은 적은 없고 7~8년 전에 말을 세련되게 하고 싶어서 두 달 정도 연기학원에 다닌 적은 있다. 그때는 연기를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그렇고 참여했던 많은 분들이 잘 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때는 응원의 말이라고 생각했지 내가 진짜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사회 후 기자 분들이 잘했다고 해주시니 이제는 감사한 마음으로 조금은 인정해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2018년 9월쯤이었던 것 같은데 영화사에서 대략적인 스토리를 구성한 상태였다. 당시 소속사 대표님를 통해 내가 만든 음악을 영화사 대표님이 듣게 됐고, 영화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다. 추가적인 곡 작업도 원하셨다. 그렇게 더 진행이 되다가 출연 제안까지 받았고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연기는) 내가 해오던 일이 아니라 낯설게 느낄 수 있지만, 생각해 주신 거에 대해 감사했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주셔서 더 고마웠다. 그래서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극 중 연기한 순덕은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이다. 실제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은데.

“나도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음악한다고 부산에서 일산으로 올라왔다. 집을 떠나 올라와서 음악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그랬다. 그런 지점은 닮아있는 것 같다. 그런데 순덕은 도망치다시피 나와서 음악을 했고 엄마의 반대도 있었다. 나는 반대 없이 부모님의 응원과 지지 속에서 음악을 했다.”

-학교도 포기하고 음악을 하려는 딸을 지지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맞다. 외동이기도 하지만 받을 사랑을 다 받았다. 사랑과 관심, 믿음으로 키워주셨다. 엄청 여유로운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해주셨다. 그래서 내 길을 빨리 찾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사고 안 친 것도 부모님 덕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을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믿어주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는 식의 교육 방식이었다. 무언의 믿음이 더 큰 울타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래퍼 치타를 향한 이미지나 편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언프리티랩스타’ 때 지금보다 훨씬 짧은 머리, 엄청 진한 메이크업에 여러 가지 것들이 합쳐지면서 센 이미지가 됐다.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만든 이미지가 아니다. 그 안에서도 사실 많은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하는데, 대중이 센 이미지를 원했고 마음에 들어 하신 것 같다. 나도 내가 가진 모습 중 하나이니 조금 더 꺼내고 보여드리다 보니 이미지가 굳혀진 것 같다. 그걸 꼭 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새로운 걸 만들어나가고 치타로서 많은 걸 해보고 싶다. 꼭 센 이미지만 있지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남연우 감독과 연인인데 함께 작업해보니 어땠나.

“단점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크랭크인 하기 전부터 합의를 했다. ‘감독님은 감독님의 것을 하고 나는 나의 것을 하겠다’고 했다. 사적인 감정은 티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었다. 배우로서 감독을 믿고 따라가겠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고 티 안 내려 했지만, 다른 배우들과 촬영할 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더라. (웃음) 가서 구경하고 또 내 것을 준비하고 그랬다. 나한테는 참 좋은 추억이다.”

-어떻게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나.

“촬영 들어가기 전 준비 과정이 있지 않나. 그때 배우와 감독이 만나서 대화를 많이 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게 좋다고 해서, 만나서 얘기를 많이 하고 그랬는데… 프로답지 못했다.(웃음) 처음 미팅 자리에서 이야기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대화하면서 오는 매력이 컸다. 처음 남 감독이 굉장히 날카로운 눈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귀여운 눈이라고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계속 보다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다.”

-앞으로도 연기에 대한 계획이 있나.

“아직까지도 내가 연기한다는 게 민망하다. 시사회에서도 공포영화 보듯이 눈을 거의 감고 봤다. 그런데 또 다른 캐릭터나 작품들이 들어온다면 충분히 할 의향이 있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이 나를 유혹한다면 어떤 역할이든 해보고 싶다. 아직까지 재미있다. 뭘 몰라서 재미있는 거겠지만. (웃음)”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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