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플레이가 아름답다’는 말 어울리는 포항 ‘스틸타카’
5월 31일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 네 번째 골을 터뜨린 송민규(왼쪽).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플레이가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팀이 국내 프로축구에도 등장했다. 김기동(48) 감독 체제 2년 차를 맞는 K리그1 포항 스틸러스다. 2020시즌 개막 전 전북 현대, 울산 현대가 우승 후보로 꼽히는 와중에도 주목받지 못한 포항이 특유의 스타일을 뽐내며 조용히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4경기에서 2승 1무 1패 하며 승점 7로 리그 4위에 올랐다. 지난해보다 더욱 완벽해진 전력으로 돌아온 포항이 올 시즌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포항의 축구는 ‘스틸타카’로 불린다. ‘스틸러스’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빅클럽 FC 바르셀로나가 구사하는 ‘티키타카’를 합친 표현이다. 후방에서부터 짜임새 있는 패스 플레이를 펼치면서 점유율도 높게 가져간다. 그동안 수많은 K리그 팀이 ‘티키타카’를 표방했지만 포항만큼 특색 있게 발전하지 못했다. 포항은 세르지오 파리아스(53) 감독 재임 시절(2005~2009) 정립한 패스 축구를 10년 넘게 이어왔다. 파리아스 체제에서 현역으로 뛴 김 감독이 수석코치를 거쳐 지난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뒤 마침내 ‘스틸타카’를 확립했다. 상대에 따라 중앙 수비수 숫자를 자유자재로 바꾸고, 변칙적인 포지션 배치로 다양한 전술을 펼친다.

지난달 31일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경기는 김기동 체제 포항의 발전한 ‘스틸타카’가 드러난 한판이다. 무려 4골을 퍼부으며 4-1로 완승했다. 두 번째를 제외한 나머지 세 차례 득점 장면 다 패스 플레이가 빛났다. 역습 시 측면에서 중원으로 공을 돌리는 과정을 부드럽게 연결했다. 동시에 공격 숫자를 세 명까지 늘리며 빠르게 상대 페널티 박스로 침투했다. 특히 송민규(21)와 알렉산다르 팔로세비치(27)가 2 대 1 패스로 만들어낸 마지막 네 번째 골 장면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 /프리미어리그 트위터

이날 포항이 보여준 스타일은 바르셀로나보다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이끈 아르센 벵거(71) 감독 시절(1996~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FC에 가깝다. 단순히 패스를 많이 주고받고 점유율을 높이는 게 아니다. 선수 간 약속된 플레이, 유기적인 움직임, 간결한 터치로 패스를 부드럽게 이어받는다. 특정 포지션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선수 전원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스틸타카’가 한 단계 진화한 형태다.

‘K리그1판 아스널’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포항이 보여준 경기력은 놀랍다. 한국에서도 아름다운 플레이가 가능한 팀이 있다는 사실은 반갑다. 포항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울산에 완패를 안기며 K리그1 역대 최고의 반전 엔딩을 선사했다. 올해 써 내려갈 시나리오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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