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업체와 구미 공단에 합작 투자 이야기 '솔솔'
현대·기아차 전기차 2차 공급사 선정 및 베트남 전기차 배터리셀 탑재 시험중
7000억원 규모 '그린론' 조달로 세계 배터리 시장 제패 계획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환경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은 절대 추진하지 않으며, 현재 운영하는 사업도 환경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철수까지도 고려할 것"이라고 고강도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LG화학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LG화학이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다. 인도 공장 가스 누출 사고와 충남 서산 대산공장 폭발사고 등 연이은 사고로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LG화학은 이를 계기로 회사의 명성에 걸맞게 환경안전 기준을 재정립해 전세계 사업장이 현지 법규를 준수하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기준으로 관리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현대기아차 전기차 배터리 2차 공급사로 선정됐다. 2022년 양산 예정인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배터리 공급으로, 수주 규모가 조(兆)단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로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 역시 미래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복안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전기차 출시를 준비 중이고, 기아차 또한 2025년까지 1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세운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영국 글로벌 브랜드 평가 전문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20년 화학기업 25' 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은 브랜드 가치 4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화학학회가 발간하는 전문잡지 C&EN(Chemical & Engineering News)이 선정한 '2018 Global Top 50 화학 회사' 순위에서 톱10에 선정된 LG화학은 2024년에는 현재 매출 약 30조원의 2배에 달하는 매출 59조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작년 말에는 미국 1위 자동차 업체 GM(General Motors)과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 50대 50 지분으로 양사가 각각 1조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단계적으로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 확보에 나선다.

중국과도 협력에 나선다. 경북 구미 5공단에 독자적으로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려던 LG화학은 중국 배터리 양극재 소재업체와 합작 투자(조인트벤처·JV)를 염두에 두고 있다. LG화학 측은 이에 대해 확답은 피하고 있지만 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감은 줄이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자 석유화학 제품 소비국인 중국과 협업으로 향후 사업 확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베트남을 통한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 VN익스플로러 등에 따르면 베트남 재계 1위 빈그룹 자동차 계열사 빈패스트는 미국 수출용 전기차에 LG화학 배터리셀을 탑재해 시험 중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빈패스트와 합작회사를 설립, 전기스쿠터와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빈패스트는 오는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베트남 1호 전기차를 공개하고 내년부터 대량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분기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사용량 가운데 27.1%를 차지했다. 그동안 1위를 차지했던 일본 파나소닉을 제친 쾌거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CFO)이 23일 5억5000만 유로 규모 그린론 조달 서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지난 4월 KDB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 5억5000만유로(약 7000억원) 규모의 '그린론(Green Loan)' 조달 계약식을 가진 LG화학은 이번 자금 조달로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 등에 소요되는 투자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안정적인 석유화학 수익성에 배터리의 성장성이 더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중대형 출하량 증가와 수익성 개선, 소형 성수기 도래를 감안하면 안정적인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은 2020년 배터리 분야 시설 투자에 약 3조원을 집행한다. 현재 약 150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연이은 사고를 계기로 내실을 다지고 '글로벌 톱5 화학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환경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은 절대 추진하지 않으며, 현재 운영하는 사업도 환경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철수까지도 고려할 것"이라며 "철저한 반성을 통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사업과 환경안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한층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광모 LG 회장도 "인도와 국내 사업장에서 잇따라 일어난 사고와 관련 재차 피해자 및 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 많은 분들께 염려를 끼쳐 매우 송구하다"며 위기 관리를 강조하는 등 책임있는 자세를 보였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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