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현주-안소현 신드롬에 대한 엇갈린 시선
KLPGA 유현주(왼쪽)와 안소현. /본인 인스타그램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유현주(26)와 안소현(25) 중 1위는 누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성적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말한 것이다.

유현주와 안소현은 KLPGA 투어의 ‘미녀 골퍼’로 유명하다. 한동안 2부 투어에 내려갔던 둘은 올 시즌 1부 투어로 복귀했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달 뒤늦게 재개한 시즌 대회 KLPGA 챔피언십과 E1 채리티 오픈에서 유현주는 각각 51위와 컷탈락, 안소현은 146위와 43위라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화제성만큼은 우승자인 박현경(KLPGA 챔피언십)과 이소영(E1 채리티 오픈)을 능가했다.

이 때문에 ‘유현주-안소현 신드롬’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목소리가 골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KLPGA 투어에 득(得)이 될 것인지, 실(失)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투어 흥행에 도움될 수 있어

득이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여자골프의 흥행’을 이유로 내세운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프로골퍼들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리면 골프에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선수를 알게 되고 관련 뉴스도 보게 돼 여자골프에 긍정적인 바람이 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후원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외모의 선수는 구미가 당긴다. 과거 만난 한 후원사 관계자는 “대개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후원할 선수 후보군을 추리고 이후 논의를 거쳐 후원 선수를 최종 결정한다”며 “엇비슷한 실력의 선수들이 있다면 당연히 외모 등 스타성이 있는 선수들이 우선 순위가 된다”고 귀띔했다.

올해 열린 2개 대회 성적만 놓고 본다면 유현주와 안소현은 중하위권 성적의 선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후원사들은 이들을 통해 충분한 마케팅 효과를 냈다. 골프의류 브랜드 크리스에프엔씨는 마스터바니 에디션, 핑, 팬텀, 파리게이츠, 세인트앤드류스 등을 론칭해 운영하고 있는데 유현주의 경기복에는 마스터바니 에디션, 팬텀 등 로고가 박혀 있다. 마스터바니 에디션 매장에는 유현주가 대회에 입고 나온 의류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좋은 성적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스타성이 있는 선수로 인해 투어가 관심을 받고 후원사가 마케팅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결국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유현주(왼쪽)와 안소현. /본인 인스타그램

◆정작 우승자가 묻힐 수 있어

물론 지나친 ‘루키즘(외모 지상주의)’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골프 관계자는 “골프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유현주와 안소현이 늘 우승권에 있는 선수인 줄 알겠다”며 “우승한 선수가 묻히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혀를 찼다.

우승한 선수들의 노력과 스토리에 대한 팬들의 갈증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생역정이 화제가 될 때 선수들 역시 동기부여 될 수 있다. 노력하는 선수가 우승을 하고, 우승하는 선수는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지지 않아야 KLPGA 투어의 발전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미디어도 루키즘 현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현주와 안소현을 보도할 때 골프보단 그들의 외모나 패션,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자극적인 문구를 달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약 10년 전 얘기다. 선종구(73) 당시 KLPGA 회장은 언론을 향해 “'얼짱'이나 '모델’, ‘몸매짱' 등 외모와 관련된 표현들을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 골프 선수는 외모보다는 실력이 우선이다. 여자 선수들이다 보니 실력보다는 외모 가꾸기에 열을 올리는 경향이 일부 있다. 프로 골퍼는 잘 먹고 힘을 기르고 코스에서 파워를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반해 과거 국내 골프계의 한 거물급 인사는 여자골프와 관련해 ”맵시 골프“라고 표현했다.

4일부터 나흘간 제주도 서귀포시의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KLPGA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주인공은 누가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후보는 3명으로 압축된다. 유현주와 안소현,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다. 예상은 자유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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