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경제 위기 속 삼성의 투자 절실해, 기소 부담 승부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지난달 30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전날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검찰이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를 두고 고심 중인 가운데,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해 판단을 내려달라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등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검찰청 시민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이에 따라 1년 6개월을 끌어온 삼성 합병과 승계 의혹 수사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과 기소 여부는 검찰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사안의 특수성을 들어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제기되자 삼성이 사실상 ‘최후의 카드’로 이 제도를 선택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지난 2018년 도입됐다.

검찰수사심의위는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소집 신청은 고소인이나 피해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해당 검찰청 시민위원회로 할 수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해 장시간 조사를 받았으나 모두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영 위기 속에서 삼성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간절함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를 통해 삼성 합병·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결백함을 강조하면서,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맞춰 판단해주길 바란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내 경제도 타격을 입은 만큼 삼성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으로, 기업의 총수가 각종 수사·재판으로 불려 다니면서 실질적인 경영 공백이 생겼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기업에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삼성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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