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전미도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을 통해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한 전미도는 다수의 뮤지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인기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드라마 출연작은 2018년 tvN '마더'가 전부였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그랬던 전미도가 '슬의생'에서 신경외과 부교수이자 99즈의 홍일점 채송화로 분하면서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급부상했다. 이에 대해 전미도는 "안경 안 쓰면 못 알아보실 줄 알았는데 마스크를 썼는데도 알아보시더라"며 "지인들도 댓글 캡처해서 보내줄 정도로 관심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처음에는 누구길래 저 역할을 맡았나 하고 의문을 가졌는데 보다 보니 주변도 같이 빛나게 하고 본인도 빛나는 배우인 것 같다'는 평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 종영 소감부터 말해본다면.

"정말 많은 관심 속에서 사랑 받으면서 작품을 끝내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기쁘다. 촬영하는 중간에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애로사항도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잘 끝내게 된 것 같아 다행이다."

- 긴 호흡의 드라마는 처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기존에 봤던 의학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흡이나 연기를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예를 들어 드라마 첫 장면에 석현(김대명)이 집에서 전구 갈아주시는 전기 기사 님 심폐소생술을 할 때 보통의 의학 드라마라면 긴박한 호흡을 연기했을 텐데 '슬의생'은 오히려 반대였다. 전문직이기 때문에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빠르게 판단해서 그걸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용적인 면에서 '슬의생'은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5명의 의사가 살아가는 이야기, 우정,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달랐던 것 같다."

- 뮤지컬 무대에서의 발성이나 대사 처리가 드라마와 달라서 어려웠을 것 같다.

"무대 발성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 촬영 전에 감독님과 여러 번 리딩을 했다. 감독님이 조금 더 힘을 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쓰려고 했다. 자연스럽게 말하려고 연습도 많이 했다."

- 조정석과 유연석의 추천이 있었다는데. 알고 있었나.

"두 사람이 나를 PD 님한테 추천하기 전에 오디션을 먼저 본 상태였다. 2차 오디션을 볼 때 PD 님이 같이 작업하고 싶기는 하지만 아직은 대중에게 신인에 가깝다 보니 비중 있는 역할을 주는 게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이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시점에 기가 막히게도 두 사람이 나를 추천했다고 하더라. 신기했다."

- 오디션은 어떤 이유로 지원하게 됐나.

"15년 여 정도 공연하면서 상도 받고 좋은 시절을 보냈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나 고민들이 있었다. 내가 처음 시작할 때와 다르게 무언가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기가 너무 정형화되고 어떤 틀 안에 갇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시점에서 드라마 '마더'와 영화 '변신'을 경험하게 됐다. 그러면서 또 다른 연기의 톤 같은 것들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슬의생' 오디션 제안이 왔을 때 고민 없이 바로 오디션을 봤다. 처음 1차 미팅 때는 어떤 역인지도 몰랐다."

- 채송화는 위인전을 써도 될 정도로 모범적인 캐릭터다. 실제와 비슷한 편인가.

"배우로서 작품을 대할 때나 인물에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채송화가 가진 직업의식과 비슷한 것 같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하는 편이 특히 그렇다. 믿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채송화와는 다르게 연애는 잘한다. 그래서 결혼도 했다(웃음)."

- 음치라는 것도 실제와는 다르지 않나.

"다들 그 연기가 어렵지 않았냐고 물어봐 주시는데 사실 어렵지는 않았다. 평소에 엄청 가창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노래를 잘하는 캐릭터였다면 오히려 민망했을 것 같다. 작가 님도 그러면 뻔하고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실제로 성대결절이 있어서 어느 한 지점을 건드리면 새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걸 이용해서 음치 연기를 했다."

- 매회 밴드 합주 장면이 나오는데 어렵지 않았나.

"조정석 오빠를 제외하고는 다들 초보 수준이라 촬영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악기 연습을 했다. 그래서 캐스팅도 빨리 했다. 각각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다가 '하농'을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이 됐을 때 합주를 시작했다. 악기는 여름부터 연습했고 촬영은 초겨울부터 시작했으니까 지금으로 따지면 대략 1년 전부터 준비했다."

- 가장 어려운 곡은 어떤 거였나.

"'캐논'이 제일 어려웠다. 예전에 '캐논' 록 버전이 유행했었는데 워낙 BPM이 빨라서 감독님한테 조금만 더 느리게 해달라고 졸랐었다. 그래서 BPM 170으로 하자고 했는데 막판에 감독님이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가는 시점에 드럼 예비 박을 BPM 180으로 찍어서 결국 그거에 맞춰서 찍었다. 그 곡 하나만 3개월 동안 연습했다."

- 다시 뮤지컬로 돌아가게 됐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됐나.

"시즌 1 끝나고 시즌 2전까지 휴식기를 갖고 싶었는데 드라마 하기 전에 공연을 쉬고 있었다. 오랫동안 공연을 못 해서 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어쩌다 해피엔딩'은 시놉 단계부터 참여해서 같이 만들었다는 데에 애착이 있다. 이 작품으로 상을 많이 받기도 했고. 그래서 출연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대학로 쪽 공연들이 침체 돼 있어서 조금이라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 뮤지컬과 드라마는 아무래도 인지도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있을 텐데.

"많은 관심을 받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에는 많이 의식하기도 했는데 주변 분들이 이제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니까 즐기는 게 낫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 반응을 해주는 게 감사하다. 처음에는 누군가 알아보고 '어? 맞으시죠?' 하면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인사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사진=비스터스엔터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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