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에도 경기도에도 내집은 없다
[기자수첩] 서울에도 경기도에도 내집은 없다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20.06.04 14:10
  • 수정 2020-06-04 14:10
  • 댓글 0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한달 전 거주하던 월세 집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1~2주 전 갱신거절을 통지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라면 더 거주할 수 있었겠지만 불편한 마음에 "나가겠다"고 했다. 대신 한달만 말미를 달라고 한 후 집을 구하러 다녔다. 그러나 서울에서 가격 등 마음에 쏙 드는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예상보다 전셋값은 높았고, 근린생활시설이라 대출이 안되거나 가격이 싸다면 대출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욕심을 내서 그런 것도 있다.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라는 핀잔이 있었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던가.

내가 살 집은 방도 커야했고, 회사도 가까운 곳이어야 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집은 없었다. 결국 현실과 타협한 후 자취의 성지라는 신림동으로 향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내집, 하루빨리 서울에 등기를 쳐야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지배했다. 대략적인 계산을 해봤다. 중위가격이 지난달 기준으로 9억2013만원을 기록했으니 이를 기준으로 보면 10년은 짧고 30여년 조금 안돼 서울에 내집마련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이전까지는 대구사람이지만 나름대로 서울 체질이라 생각했었는데, 금새 경기도도 잘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보이던 장점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행복회로를 가동했다. 경기도로 가면 서울보다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경기도라고 해서 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온갖 규제를 가하자 이를 피해 투자수요가 수도권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경기도권의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안산 단원구는 1.34%, 성남 중원구는 1.76% 올랐다. 1년만 지나면 10%가 오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김포시 아파트의 전용면적 84㎡가 6억원을 넘었다는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해당 주택형이 6억원을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데, 왜 신고가가 나왔는지 궁금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와 전문가들에게 문의해보니 서울 규제로 인해 투자 수요가 몰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부는 알고 있을까. 서울 집값 안정을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지를. 점점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꿈은 희미해져 간다. 재정비가 필요한 시기다. 투기와의 전쟁만이 아닌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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