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고졸 루키 강현우(사진)가 4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동갑내기 이강준과 배터리를 이뤘다. KT 제공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1982년 출범 후 39년 역사를 자랑하는 KBO리그에서 좀처럼 다시 보기 힘들 '인생샷'이 나왔다. 2001년생으로 올해 19살이자 KT 입단 동기인 고졸 루키 투수 이강준과 포수 강현우가 나란히 배터리를 이룬 것. 사실 이강준-강현우 배터리가 이렇게 빨리 1군 무대에서 현실화될지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5회 수비에 대거 변화를 줬다. 좌익수 조용호를 우익수로 이동시키면서 우익수 로하스를 빼고 좌익수 김민혁을 투입했다. 앞선 타석에서 대타로 나섰던 박승욱을 2루수로 기용했고, 주전 포수 장성우를 대신해 강현우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이강철 감독은 1-12로 11점이나 뒤지며 경기가 기운 상황에서 사실상 주말 3연전을 대비에 나섰다. 주전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며 신예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 과정에서 강현우가 기회를 잡았다. 5회 초 수비 진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4회부터 구원등판한 이강준과 강현우가 배터리를 이뤘다. 

고졸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는 흔하다. 특히 올 시즌은 고졸 선발 루키의 파란이 이어지고 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 소형준(KT)부터 원태인과 허윤동(이상 삼성 라이온즈) 등이 투구판을 밟고 있다. 하지만 고졸 포수가 그것도 루키 시즌에 1군 무대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고졸 신인 이강준이 4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역투를 하고 있다. OSEN 제공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경험이다. 포수는 코치진의 사인이든 본인의 판단이든 수비 전체를 지휘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투수와 볼 배합은 물론 타자에 따른 수비 위치 조정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어린 고졸 루키 포수가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어린 고졸 포수가 중견 투수를 상대로 소신껏 리드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지도자들은 이런 이유로 고졸 포수에게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출전 기회가 줄면서 의욕을 잃거나 오히려 기량이 도태되는 기현상도 발생한다. 그래서 타격이 뛰어난 포수는 당장 1군에서 쓰기 위해 포지션을 바꾸는 예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박병호(키움 히어로즈)를 꼽을 수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포수를 지명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강현우-이강준 배터리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2이닝을 책임진 이강준은 48개의 공을 뿌리며 4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1자책) 평균자책 4.50을 기록한 채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이 기간 KT는 5회 말 4득점을 뽑아내며 추격하기도 했다. 강현우는 이어진 불펜 투수와도 안정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정규리그 첫 포수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타석에선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끝으로 강현우에게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자리잡은 강민호(삼성)의 사례를 소개할까 한다. 강민호는 프로 2년차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안방을 책임졌다. 주전 포수였던 최기문의 부상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프로 2년차 포수를 주전으로 기용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강민호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유신고 동기인 소형준과 허윤동이 신인왕 후보에 오르며 주목 받는 것에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이날 두산과 경기처럼 강현우의 날이 곧 올지도 모를 일이다. 강현우의 성장을 기대해 본다. 

수원=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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