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서비스 공급자 간 경쟁 촉진을 위해 증권사, 카드사, 핀테크 기업 등에게 환전 및 송금 업무를 확대 허용한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정부가 외환서비스 공급자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증권사와 카드사, 핀테크기업 등에게 다양한 환전 및 송금 업무를 확대 허용키로 결정했다.

기존에 외환업무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던 은행들은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다. 반면 증권사와 카드사, 핀테크기업 등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과 함게 정부의 규제 완화를 환영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융복합·비대면 확산과 경쟁 촉진을 통한 외환서비스 혁신 방안'에 따르면, 증권사와 카드사의 외환 관련 업무 제한이 크게 완화됐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가 외국계 은행 대신 증권사를 통해 환전해 투자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고, 증권사가 전자지급결제대행(PG)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결제대금 환전서비스까지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또한 1회 5000달러, 1인당 1년 누적 5만달러까지의 소액 해외송금만 가능했던 증권사와 카드사도 소액해외송금업자가 정산을 위해 거액을 송금해달라고 요청하면 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 소액송금업자는 고객이 송금을 원하는 국가에 협력업체가 없더라도 외국 송금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국내 다른 소액송금업자의 네트워크를 빌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력업체가 부족한 후발주자들의 경쟁력 강화와 이들의 비대면 송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를 늘리기 위한 결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서비스 공급자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증권·카드사의 환전·송금 업무를 확대할 것"이라며 "융복합·비대면 외환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환전·송금 업무의 위탁과 소액공급업자간 송금 네트워크 공유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고객의 환전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업무 처리시간과 비용 면에서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업무를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돼 국내 투자확대는 물론 외환보유잔고 확대 등의 효과도 노릴 수 있게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계좌를 별도로 만들지 않고 직접 증권사 계좌를 통해 환전 및 외화송금이 가능해지면 과거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훨씬 절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고객의 편의성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증권사 입장에서도 업무 효율성과 수익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한 핀테크기업과 고객이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핀테크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앞으로는 현금입출금기(ATM)나 창구거래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핀테크기업도 은행과 동일하게 2명의 외환전문인력을 두도록 한 요건도 일부 완화키로 했다. 본사 파견인력을 외환전문인력으로 인정해주고 금융연수원과 여신전문금융업협회에 관련 교육과정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핀테크 업계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관련 외환 서비스 시장의 확대와 함께 핀테크 서비스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류영준 핀테크산업협회장은 “비대면의 확산은 본격적인 핀테크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이번 (정부의) 혁신방안으로 핀테크 기업들의 혁신적인 서비스가 늘고 외환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이 촉진되면, 이로써 수수료 인하 및 서비스 이용 편의 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회 회원사 모두가 금융소비자 편익증진을 위해 힘쓸 것"이라며 "핀테크업권 뿐 아니라 전통 금융과의 호혜적인 발전방안을 구상하고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환 환전과 송금업무의 위탁도 전면 허용된다. 이에 따라 은행과 환전상, 소액송금업자는 모든 환전 및 송금업무를 기존 외환서비스 공급자는 물론 다른 산업 참여자에게도 위탁할 수 있다. 또한 환전의 경우 신청 접수부터 대금 수납, 환전대금 전달까지 모두 위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더이상 외화 환전, 송금 등의 업무를 보기 위해 은행 창구를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만약 은행이 택배업체나 항공사, 주차장 운영업체 등에 환전 사무를 위탁할 경우, 고객은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환전을 신청한 후, 환전한 외화를 집에서 택배로 받거나 항공사 카운터, 면세점 주차장 등에서 받을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 강화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은행들도 다양한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환전, 송금 서비스 관련 비대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증권사와 카드사, 핀테크기업 등에게 다양한 환전 및 송금 업무를 확대 허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은행과의 무한경쟁이 예상된다./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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