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 독일 수입차 브랜드 성장세에도 일본차 '울상'
연합뉴스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무색할 정도로 지난달 주요 수입차 브랜드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일본 브랜드의 상황은 달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율이 반토막 이상 줄어들었다. 여기에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는 한국에 진출한 지 16년 만에 백기를 들고 철수하는 등 일본차 브랜드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만3272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1만9548대)보다 19.1% 증가한 수치로 전달인 4월의 신규 등록 대수가 2만2945대인 것과 비교해도 1.4% 증가했다.

이 기간 1위 메르세데스-벤츠는 6551대가 팔렸고 2위에 오른 BMW는 4907대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두 브랜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7.5%, 45.0% 판매가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브랜드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58.0% 증가했고, 독일(53.4%)을 포함한 유럽 브랜드는 40.7%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일본 브랜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2.1% 급감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렉서스는 727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2% 감소했고, 토요타(-61.8%), 닛산(-23.7%), 혼다(-86.0%), 인피니티(-69.4%) 등도 줄줄이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렉서스와 토요타는 전달과 비교해 57.7% 늘었고, 57.0% 각각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22.6%에서 7.2%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쪼그라 들었다.

일본차 브랜드의 ‘수난시대’는 지난해 여름부터 조짐을 보였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발표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를 중심으로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그러자 불매운동이 촉발된 지난해 7월 일본차 브랜드 판매는 2674대로 그 전년과 비교해 17.2% 줄고, 8월엔 1398대로 전년과 비교해 56.9% 줄어들며 감소폭이 확대됐다. 2014년 이후 일본차브랜드는 줄곧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닛산의 인피니티 브랜드 경우 차이가 뚜렷하게 보인다. 지난해 1월엔 162대를 판매했지만, 올해 1월에는 단 1대만 팔리며 새해에도 여전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포착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 닛산은 철수를 밝힌 상황이다. 2004년에 한국에 진출한 지 16년 만이다.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이라는 설명이지만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이 같은 결정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닛산 본사는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 6712억엔(약 7조71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영향 외 분위기 반전을 꾀할만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체는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신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수입차 브랜드들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과 에디션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닛산은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래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직원과 딜러 파트너들의 노력, 미디어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고객 여러분의 사랑에 힘입어 한국시장에서 성장해 올 수 있었다"며 "2020년 12월 말 부로 한국 시장에서 닛산 및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철수는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중장기적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건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에서 내린 최종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한국닛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닛산에 따르면 영업은 올해 12월 말 부로 종료되지만, 기존 닛산과 인피니티 고객을 위한 차량의 품질 보증, 부품 관리 등의 애프터세일즈 서비스는 2028년까지 향후 8년간 제공될 예정이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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