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무력도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무력도발을 시사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대남관계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지난 5일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남쪽에서 대북전단 제재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여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제 시달리게 해주겠다”고 경고했다.

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페쇄를 비롯한 ‘연속한 여러 가지 조치’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이다. 

접경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일판을 예고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군사 도발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전날 김 제1부부장 담화 직후 정부가 내놓은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법률 정비 계획을 ‘변명’으로 규정했다.

또 “결국 그런 법안도 없이 군사분계연선(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에서 서로 일체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군사 분야의 합의서에 얼렁뚱땅 서명하였다는 소리가 아닌가”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따라 명시적으로 군사합의 파기를 공식 선언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진 않더라도 사실상 파기에 버금가는 조치부터 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과거 군사분계선 5㎞ 이내 구역에서 다수의 포병사격 및 야외기동훈련을 지속해온 북한군은 함포·해안포의 실사격과 해상기동훈련도 중단 등의 조처를 했다.

또 남북 모두 해상 완충구역 내에 있는 함포·해안포의 포구와 포신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을 폐쇄했다. 그러나 이번 담화로 해안포 재배치나 완충구역 내에서의 사격 훈련 재개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가 군사합의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자부해온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조처를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사합의서에 따라 지난 2018년 11월 북측은 폭파 방식으로, 남측은 굴착기를 동원한 철거 방식으로 시범 철수 대상 각각 11개 GP 중 10개를 완전히 파괴했다. GP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을 보존했다. 

정부는 GP 상호 완전 철거 등 군축 문제를 군사합의에 명시한 차관급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북측과 협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호응이 없어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합의 자체의 무효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5월 이후 북한이 잇따라 시험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4종 발사 재개 등도 거론한다.

이날 통일전선부 담화가 한밤중 발표됐다는 점에서 교착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는 분석도 있다.

‘핵전쟁억제력 강화’를 천명한 지난달 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 김 제1부부장 담화, 이날 통전부 담화가 전반적으로 같은 맥락에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측을 겨냥한 조치에 그치지 않고 미국을 겨냥한 보다 높은 수위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체계를 갖춘 3000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이며, 2017년 11월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기반으로 다탄두 장착 신형 ICBM을 개발 중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당장 신형 ICBM을 발사해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기보다는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SLBM 3발을 탑재한 신형 잠수함 진수식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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