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뛰게 된 국가대표 레프트 김연경(오른쪽)과 이재영. /OSEN

[한국스포츠경제=김준희 수습기자] 여자배구계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32)이 가세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승 우승’ 얘기도 들려오는 가운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가 요동치고 있다.

김연경은 6일 흥국생명과 연봉 3억5000만 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2009년 일본 리그로 진출한 이후 중국, 터키를 거쳐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배구 여제의 귀환에 국내 배구팬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연경은 이미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다. 4개국 정규리그에서 최소 1차례 이상 우승과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실력뿐만 아니라 리더십도 검증을 받았다.

그런 김연경의 가세로 흥국생명은 V리그 역대급 ‘슈퍼팀’을 구축하게 됐다. 이미 비 시즌에 자유계약선수(FA)였던 ‘국가대표 쌍둥이’ 레프트 이재영(24)과 세터 이다영(24)을 붙잡았다. 베테랑 김해란(36)의 은퇴로 공석이었던 리베로 자리는 FA 조송화(27 ㆍ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보상선수 박상미(26)로 메웠다. 주전 센터 김세영(39)과 이주아(20)도 건재하다. 라이트 포지션은 지난 시즌 함께했던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29)가 지킨다. 이미 빈틈이 없는 전력에 김연경까지 합류하면서 그야말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전승 우승’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언급되는 이유다.

물론 이런 초호화 구성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연경이 10억 원 이상 연봉 삭감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그는 후배들이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자존심을 세우는 대신 몸값을 대폭 낮추면서 상생의 길을 찾았다. 김연경의 지난 시즌 연봉은 적어도 15억 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백의종군에 흥국생명도 기존 선수 이탈 없이 팀을 꾸릴 수 있게 됐다.

배구계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리그 흥행 측면에선 대부분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전력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있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 2명이 뛰는 것과 다름없는 흥국생명이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할 경우 리그 자체에 대한 흥미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나머지 5개 구단 감독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4일 열린 2020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현장에서 김종민(46)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일시적으로 배구 붐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뻔한 경기가 많아질 가능성도 크다”며 “전력이 한 쪽으로 기울어질까 봐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도희(52)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감독 또한 “김연경은 외국인 선수 이상의 기량을 갖춘 선수”라며 “기본적으로 전력이 강한 팀인데 김연경까지 가세한다면 다른 5개 팀은 도전자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걱정스런 시선을 내비쳤다.

김우재(54) IBK기업은행 알토스 감독은 “흥국생명은 기존 선수층이 좋은 팀인데 김연경까지 가세하면 막강한 건 사실”이라며 “그래도 경기 승패는 해봐야 아는 것 아니겠나. 일단 워낙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배구 흥행 측면에선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구 해설을 맡았던 유애자(58) KOVO 경기운영위원은 7일 본지와 통화에서 “흥국생명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며 “사실상 국가대표 라인업 아닌가. V리그 역사상 최고의 조합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다영과 이재영도 김연경과 함께 뛰면서 동반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순위는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리그 판도를 내다봤다.

앞서 타팀 감독들이 언급한 전력 불균형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했다. 유 위원은 “그 동안 여자배구가 사랑 받은 이유는 상위권, 하위권 관계없이 매 경기 박빙 승부를 펼쳤기 때문”이라며 “독주 체제로 가면 아무래도 팬들의 흥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은 부정적인 것보단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건 팬심”이라고 운을 뗀 유 위원은 “배구팬은 김연경의 플레이를 마음껏 볼 수 있고, 선수들도 김연경의 공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다.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갖고 김연경의 복귀를 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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