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SBS ‘런닝맨’ 속 ‘멍지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대중이 흔히 아는 송지효가 아닌, 서늘한 얼굴을 가진 캐릭터로 분해 극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영화 ‘침입자’(6월 4일 개봉)를 통해서다. 송지효는 극 중 25년만에 집으로 돌아온 딸 유진 역을 맡아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 ‘여고괴담3’(2003) 이후 17년 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온 송지효는 “10년 동안 밝은 캐릭터만 보여주다 ‘침입자’를 만나게 됐다. 출연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침입자’를 통해 오랜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왔다.

“10년 넘게 밝고 건강한 캐릭터와 장르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무지 상태에서 이 작품을 만났는데 그 당시 제목은 ‘도터’였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동안 보이지 않은 모습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었고 영화를 만든 제작사도 ‘성난황소’를 함께했던 곳이었다.”

-서늘하고 오싹한 캐릭터인데 이미지 변신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그동안 보인 적 없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가 왔다는 게 기쁠 뿐이었다. 부담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이런 모습도 할 수 있구나’라는 기대감이 더 컸던 것 같다.”

-극적인 반전이나 영화의 긴박한 전개는 마음에 들었나.

“일단 소재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많은 분들이 낯설어할 수 있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다. 아이템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사실은 유진이 가족에게 스며드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보였으면 했다. 그 과정에서 마지막 장면 역시 다른 모습이길 바랐다. 영화의 처음과 끝 속 중간 과정의 유진의 모습을 계산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부분에서 김무열(서진 역)에게 많이 하소연했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후반부 등장하는 분장과 스타일링이 인상적이다.

“촬영을 할 때 각 기술팀들이 제안한 생각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애초에 처음에 설명을 들었을 때 헤어, 메이크업, 옷의 소재도 바뀐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인간적인 유진의 모습에서 나중에는 잔머리 한 올 안 보일 정도로 틀어지지 않는 유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각 전문가들이 고군분투했다.”

-‘아몬드’로 유명한 작가이자 이번 영화로 입봉한 손원평 감독과 작업은.

“자기만의 세계관이 확실히 있는 분이라 감독님을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감독님만의 유진과 서진이 있었다. 정확한 디렉션을 했고 연기자들보다 생각을 더 많이 하시고 전체를 볼 줄 아는 눈이 있었다. 내게도 ‘여고괴담3’ 이야기를 하면서 비밀을 간직한 여인, 슬픔을 간직한 얼굴을 보여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캐릭터를 위해 체중 감량도 했는데.

“감독님이 촬영 들어가기 전에 체중감량을 요구했다. 나보다는 김무열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악인전’을 찍고 벌크업이 돼 있는 상태에서 다이어트를 해야 했으니까. 촬영 들어가기 전에 다이어트를 하는 건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가능했지만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현실적인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며 했다. 촬영하면서 내게 주어진 숙제가 버겁다 보니 심적 다이어트도 됐던 것 같다. 촬영 중간에 살이 더 빠졌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며 연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유진이의 특수한 상황보다 내면이 공감될 때가 있었다. 내게도 있는 모습이었다. 연기가 힘든 것보다 캐릭터적으로 어느 순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런닝맨’에서 보여준 밝은 이미지가 강한데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에 대한 갈증은 해소됐나.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을 하기 전 ‘여고괴담3’를 찍은 당시에는 어두운 장르물의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런닝맨’을 하면서 밝은 이미지를 어필하다보니 밝은 캐릭터만 들어오더라. 그 이전에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 이런 기회가 와서 욕심이 많이 났다. 또 어두운 걸 하다 보니 반대되는 연기도 보이고 싶다. 정체돼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매번 하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걸 지향하는 스타일이다. 요즘은 청순 가련한 역할을 하고 싶다.”

-다음 달 방영되는 JTBC ‘우리 사랑했을까’로 로맨스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40대가 된 내 인생의 마지막 로맨틱 코미디인 것 같다. 이 기회를 놓치며 안 될 것 같았다. (웃음) 저랑 워낙 친한 김도형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제안해서 출연하게 됐다. 방송 시기가 다가오니 긴장된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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