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무관중 경기로 깨달은 프로스포츠 팬의 중요성
하나원큐 K리그1 2020 경기가 열리는 성남FC 홈구장 탄천병합운동장. 한국프로축구연맹 발표 전까지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린다. /K리그 인스타그램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2020년 3월은 전 세계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시기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스포츠 시계가 멈췄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 강국’ 한국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야구ㆍ축구 시즌 개막과 농구ㆍ배구의 포스트시즌이 맞물리는 시기에 코로나19 사태에 놓였다. 항상 스포츠 열기로 뜨거웠던 3월은 온데간데없었다. 야구ㆍ축구는 개막을 5월로 연기했고, 농구ㆍ배구는 시즌을 중도에 종료했다.

‘프로스포츠 천국’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농구(NBA), 메이저리그(MLB) 등이 중단되거나 개막을 미뤘다. 유럽 축구 5대 리그와 골프, 테니스, 심지어 7월에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마저도 100년 역사상 처음 전염병으로 1년 연기됐다. 앞서 올림픽이 취소된 건 두 차례 세계대전 기간뿐이다.

코로나19가 남긴 스포츠 없는 세상의 교훈은 단연 ‘팬의 중요성’이다. 팬 없는 스포츠는 존재 이유를 잃는 것과 같다. 스포츠는 팬으로부터 만들어지고 지탱되는 산업이다. 예전과 달라진 일상 속에서 스포츠의 또 다른 응원 문화와 팬서비스가 여러 가지 교훈과 숙제를 남긴다.

◆ 기약 없는 유관중 전환

지난달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마침내 개막한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는 무관중으로 2020시즌을 치르고 있다. K리그1과 K리그2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개막에 앞서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본 뒤 유관중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달 초 이태원 클럽발 확진 사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장하고, 쿠팡ㆍ마켓컬리와 같은 대형 물류센터에서 집단 감염자가 나오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아울러 3차로 전국 고등학교 3학년 등교를 시행한 이후 학생 사이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자 확산 방지를 위해 관중 입장을 보류하고 있다. 당분간 무관중 기조를 유지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달부터 KBO리그 유관중 전환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과 대구가 9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 경기를 펼쳤다.?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렸다. /임민환 기자

◆ 팬 존재 여부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

팬 없이 경기하는 건 선수와 감독에게도 낯설다.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본지가 취재차 찾은 K리그1 현장에서 지도자들이 무관중 경기와 관련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달 9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개막전(0-0 무)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온 이병근(47) 대구FC 감독대행은 “60~70분 이후에 선수들이 좀 더 힘을 내줬으면 했다. 많이 독려했으나 관중이 있고 없고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그 시간대에 관중이 응원할 때 선수가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아쉽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초반 최고 돌풍의 팀 성남FC를 이끄는 김남일(43) 감독도 지난달 17일 인천과 2라운드 홈경기(0-0 무) 뒤 “광주FC와 첫 경기 때부터 관중이 없어서 아쉬웠다. 빨리 팬들과 경기를 즐기고 싶다”며 “팬들이 있다면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마케팅을 무용지물로 만든 무관중

무관중 리그 진행으로 프로스포츠 각 구단은 재정적인 타격도 받는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관중 입장 수입 규모가 가장 큰 프로야구 10개 구단에서 올 시즌 관중이 입장하지 않아 발생하는 손실은 경기당 약 1억~2억 원으로 추정된다. 팀당 144경기씩(전체 720경기) 치르기에 만약 유관중 전환 없이 시즌을 마칠 경우 구단이 감내해야 할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무관중은 수익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구단의 한숨을 자아내게 한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초반 돌풍으로 인기 고공행진 중인 성남은 김 감독과 선수로부터 파생한 각종 흥행 콘텐츠를 경기장에서 활용하지 못한다. 함께 즐길 팬이 입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남 홍보팀 관계자는 3일 본지와 통화에서 “팬이 없는 게 아쉽다. 유관중으로 리그를 진행한다면 예년과 비교해 더 많은 사람이 입장했을 것이다”며 “초반이긴 해도 올 시즌 감독님을 포함해 김영광(37), 홍시후(19) 선수도 인기가 많기 때문”이라고 혀를 찼다. 지금이 마케팅 특수를 누릴 적절한 시기지만 현장에 팬이 없어 온라인으로만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K리그1 성남FC 홈구장 탄천종합운동장에 홀로 남은 까치 마스코트. /K리그 인스타그램

연말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태원 클럽발 확산 사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일 수십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가을에 개막하는 프로농구, 프로배구의 유관중 리그 진행도 미지수다. 유사 이래 전례 없는 전염병 사태는 프로스포츠 구단이 팬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차이는 팬의 존재 여부다. 팬이 있기에 프로 구단은 수익을 내고 선수는 국내 스포츠 환경에서 ‘일류’ 자격을 누린다. 프로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모든 관계자가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올해 코로나19가 남긴 교훈을 되새겨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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