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전 한화 감독.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뿌리가 단단하지 않은 나무는 바르게 자라지 못하는 법이다. 근본적인 개혁이 없는 한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 자리는 10년 뒤에도 ‘독이 든 성배’일 것이다.

구단 최다인 14연패를 기록한 한용덕(55)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한 감독은 7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 2-8로 패한 뒤 자진해서 물러났다. 한화 구단은 이날 경기 직후 "한용덕 감독이 경기 후 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 의사를 구단 측에 밝혀왔다"고 전했다.

한화와 두산 베어스의 투수코치, 수석코치 등을 거친 뒤 2018년 친정팀 한화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그해 팀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으며 11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2019년 9위로 추락했고, 올 시즌에도 구단 역사에 남을 부진을 겪으며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2010년 이후 한화를 이끌다 중도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도자는 3명으로 늘어났다. 2012시즌 도중 경질된 한대화(60) 전 감독을 시작으로 김응용(79), 김성근(78) 등 프로야구 대표 명장들도 시즌 도중 경질되거나 재계약에 실패해 팀을 떠났다. 암흑기를 청산할 것으로 기대 받았던 이글스 레전드 출신 한 감독도 ‘감독 잔혹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한 감독도 사령탑으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 책임을 온전히 현장에만 돌리는 것이 온당한 처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화는 10년 넘게 약팀이었다. 암흑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매년 얇은 선수층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베테랑 선수들이 부진하자 마땅한 대체 선수를 세우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화의 선수층 문제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한화는 유망주 발굴과 육성 시스템 구축에 소홀했던 대표적인 팀이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까지만 지명한 뒤 5라운드부터는 영입을 포기했다. 2006년엔 7명, 2007년엔 8명만 지명했다.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5명과 6명을 뽑는 데 그쳤다. 육성의 산실인 2군 전용구장도 2013년에야 완공됐다. 제대로 된 육성이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후 성적이 부진하자 외부 FA와 외국인 선수 투자로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땜질식’ 영입에 불과했다. 대형 FA 영입을 위해 유망주를 다른 팀에 빼앗기는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잃어버린 10년’의 대가는 크다. 한화 구단의 과오는 10년 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한화는 30대 베테랑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20대 초반의 유망주들과 30대 중반 베테랑 사이의 중간급 자원이 전적으로 부족하다. 강팀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꾸준한 투자와 체계적인 내부 육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내부 자원 발굴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한 감독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감독이 보장받은 3년의 계약 기간은 허약한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 강팀으로 탈바꿈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어린 선수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지 못한 것은 프런트 책임이 크다. 하지만 한화 구단은 현장 코칭스태프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해왔다. 

이제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 지난 10년간 곪아온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순혈주의, 경직된 팀 문화, 체계 없는 운영 시스템, 소통 부재 등 근본부터 개선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독수리의 날개는 다시 펴지기 어렵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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