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유니클로 매출 전년 대비 31% 급감...영업이익 마이너스 19억원 적자전환
ABC마트 매출 6.7% 상승·닌텐도 동물의숲 완판 행진...불매운동 취지 무색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최근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잠정 정지했던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일본이 국내 3개 품목에 내린 수출 규제 조치와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제외 현안에 아직까지도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본의 규제 조치에 다시금 칼을 빼들면서 일본 불매운동 행방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유통업계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일본불매’였다.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해 수출규제 조치를 내리자 국내 소비자들은 우리도 불매로 맞서자고 한마음으로 뭉쳤다. 그 결과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1% 줄어든 9749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도 2383억원에서 마이너스 19억원으로 떨어져 적자 전환했다. 국내 패션 스파업계를 휘어잡던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이 1조원 아래로 추락한 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불매운동 여파인지 유니클로 동생브랜드인 GU는 지난 5월 한국매장 철수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깔끔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무지)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100억원 넘게 하락했고 영업이익도 7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데상트코리아도 매출 15% 감소, 영업이익은 80% 급감하고 아사히맥주도 국내 점유율이 줄어드는 등 대한민국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 실적이 줄줄이 하락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일본 불매운동이 대성공을 이룬 듯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소 의아한 점이 있다. 일본 색채가 강하지 않은, 쉽게 말해 일본 브랜드로 보이지 않는 업체는 불매 여파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ABC마트는 신발 멀티숍으로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제품을 한곳에서 모아놓고 파는 장소다. 소비자들이 ABC마트에서 나이키 신발을 산다고 가정하면 일본 브랜드를 소비했다는 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등이 불매 여파에 허덕일 때도 ABC마트는 타격을 입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ABC마트코리아는 일본 ABC-MART가 99.9% 소유한 일본기업이지만 지난해 매출로 전년 대비 6.7% 상승한 5459억원을 기록했다.

닌텐도 ‘동물의 숲’도 불매를 피해갔다. 일본 닌텐도사가 전개하는 게임기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에디션은 지난 3월 온라인에 출시되자마자 홈페이지가 다운될 만큼 급속도로 팔려나갔다. 제품 구매 수요가 워낙 높다보니 수 십 만원의 웃돈을 주고 판매하는 리셀러도 등장할 정도였다. 오프라인에서도 대란은 이어졌다. 동물의숲 발매 당일,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었음에도 70대 판매에 약 3000여명이 몰렸다고 한다. 어린이날에도 대형마트에 일부 입고됐다는 소식이 들리지 새벽부터 번호표를 받기위해 긴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불매운동에서 이 같은 온도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로 '대체' 여부가 거론된다. 닌텐도 같은 콘솔게임기는 무인양품의 수요가 국내브랜드 자주로, 유니클로가 신성통상의 탑텐으로 대체되는 것과는 달리 대신할 수 있는 품목이 없다는 의견이 있다. '동물의 숲'은 닌텐도 사가 만든 자체 프로그램이고 휴대용 게임기 역시 닌텐도가 유일하다. 다만 게임의 경우 의식주처럼 필수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필수재와 대체재를 논하는 게 적절한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ABC마트도 마찬가지다. 국내엔 ABC마트와 동일한 사업을 전개하는 레스모아, 슈마커 등의 신발 멀티숍 도소매 업체들이 있지만 불매를 피해가고 대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택적 불매’가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선택적 불매는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만 골라서 불매를 진행하는 행태를 꼬집으면서 등장한 단어다. 뷔페에서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 먹는 것에 비유해 일부 브랜드만 불매운동을 한다고 하여 ‘뷔페식 불매’라는 비꼬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그 맥락이 비슷하다.

일본의 수출규제 논란으로 양국의 대치가 1년째 이어져오면서 불매운동도 현재 진행 중이다. 불매운동을 하는지 마는지는 개인의 자유다. 다만 불매운동의 취지가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린 보여주기 식 줏대 없는 불매는 아닌지 한번쯤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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