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복귀전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77개. 역대 KBO리그 세이브 왕의 기록이다. 그런 '끝판왕'이 돌아왔다. 오승환은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 8회 등판해 투구판을 밟았다. 2013년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떠난 후 7년 만에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서 공식 투구를 했다. 

1982년생으로 올해 39살인 오승환의 라이온즈파크 첫 등판 첫 상대는 박준태였다. 오승환은 초구로 시속 146km의 직구를 선택했다. '깡'. 오승환이 던진 공은 우익선상으로 향했고, 박준태는 2루까지 안착했다. 이후 오승환은 키움의 희생번트에 1사 3루의 위기를 맞았다. 후속 김규민을 1루수 범타로 잡아냈지만 서건창과 대결에서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끝판왕을 구한 건 역시 직구였다. 2사 1, 3루 오승환은 김하성을 시속 145km 직구로 잡아냈다. 오승환의 묵직한 직구에 김하성의 타구는 포수 플라이에 그쳤다. 비록 2루타와 볼넷을 내줬지만 오승환은 7년 만의 귀환을 무실점으로 신고했다. 오승환의 직구는 시속 145~14km를 오가며 여전히 힘이 있었고 간간히 구사한 시속 130km 후반대 슬라이더 역시 변화폭이 컸다. 평균자책점 0.00. 

오승환의 '장군'에 KBO리그 최고 마무리 조상우 역시 '멍군'으로 맞불을 놨다. 다소 불안한 모습의 멍군이다. 9회말 삼성은 3-5로 뒤진 채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마운드에는 차세대 끝판왕 조상우가 자리했다. 

조상우의 첫 번째 상대는 이날 경기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부진했던 이성규였다. 이성규는 조상우의 빠른공을 노리고 들어선 듯 적극적으로 타격에 나섰고 좌익수 쪽으로 향하는 안타를 뽑아냈다. 이후 조상우는 김상수를 6-4-3 병살로 돌려 세우며 한순간에 아웃카운트를 늘리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삼성은 고졸 신인 김지찬을 대타로 냈다. 김지찬은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상대로 뛰어난 선구력을 자랑하며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여기에 부상에서 복귀한 구자욱이 적시타를 때려 내며 주자는 삽시간에 불어났다. 2사 1, 3루. 동점 주자가 루상에 나간 상황에서 타석엔 삼성의 4번 타자 살라디노가 들어섰다. 팀의 4번 타자와 마무리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에서 웃은 건 조상우였다. 조상우는 자신의 주무기인 빠른 직구를 앞세워 살라디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키움의 5-3 승리를 지켜냈다. 동시에 시즌 7번째 세이브를 신고했다. 이로써 NC 원종현(8개)에 이어 세이브 부문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오승환과 조상우의 신구 세이브 왕 맞대결을 직관하면서 올 시즌 구원왕 경쟁이 한층 더 기대된다. 현재 구원왕 경쟁은 젊은 피와 노련미의 대결이다. NC 원종현이 8세이브로 가장 앞섰고 김원중(롯데)이 5세이브로 4위다. 2위는 이날 세이브를 기록한 조상우(7세이브)이며 그 뒤를 함덕주(두산)와 하재훈(SK)이 각각 6세이브와 4세이브로 뒤쫓고 있다. 아직 110경기 이상이 남은 상황인 만큼 오승환도 충분히 구원왕 경쟁에 이름을 올릴 여지는 충분하다. 

조상우가 9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대결에서 9회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승환의 공을 본 조상우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상우는 경기 직후 "오승환 선배가 등판한 이닝에 몸을 풀고 있어 직접 보지는 못했다. 내가 타석에서 상대하는 게 아니기에 구위에 대해 평가하는 건 맞지 않다"면서도 "오승환 선배의 피칭을 보면서 경기 운영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도 한 타자 마다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말했다.

오승환에게도 물었다. 오승환은 "정말 오랜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등장곡도 오랜 만에 들어 옛기억이 많이 났지만 1점 차 상황이었고 언제든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 다른 생각은 안했다"면서 "초구부터 2루타를 맞았지만 운좋게 이닝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구 2루타 허용에 대해 "한국에 돌아가면 초구는 직구를 던져야겠다고 다짐했고, 직구를 던지겠다고 말한 인터뷰도 있었다"면서 머쓱게 웃었다. 

세이브 왕을 위해선 반드시 넘여야 할 산인 이정후와 진검 승부에 대해 오승환은 "이정후와 시즌 중에 언젠가는 상대할 것"이라면서 "힘 대 힘으로 맞서겠다고 복귀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포수 리드에 맞춰서 상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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