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DT 전략 활용한 신사업으로 고객 확보 늘려
드론 이용 맞춤 택배 서비스 및 모빌리티 제안
8일 제주도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 드론 배송 시연 행사에서 드론이 이륙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한스경제=고혜진 기자] 정유업체들이 드론과 택배 서비스 등을 접목한 ‘미래형 주유소’에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석유 판매와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던 전통적인 모습에서 신사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 8일 제주도 무수천주유소에서 드론 배송 행사를 개최했다. 기존 주유소를 드론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고객에게 편리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에서다.

GS칼텍스는 이날 계열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 확대 방안도 모색했다. GS25의 ‘나만의 냉장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상품을 주문하면 주유소 인근의 GS25 편의점 상품을 주유소에서 드론으로 적재할 수 있다. 드론이 목적지 배달까지 가능해 유통 인프라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GS칼텍스 측은 설명했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 4월 인천물류센터에서 유류 샘플 드론 배송 행사를 준비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유조선이 해상 부두에 접근해 유류를 하역하기 전 제품 확인을 위해 소형 선박을 유류 샘플로 운반해 왔다. 이를 드론 배송으로 대체하고 올해 상용화를 위해 추진 중이다.

SK에너지도 디지털 기술을 전면으로 내세워 물류센터를 정비했다. 지난 2018년 물류 스타트업 ‘줌마’와 손잡고 택배서비스 ‘홈픽’을 런칭했다. 홈픽의 ‘언제 어디서든 1시간 이내 방문 픽업’ 모토는 전국 420여개 주유소가 거점이다. 홈픽의 일일 평균 주문 건수는 서비스 시작 4개월인 지난해 1월 기준 1만여건에서 그해 7월 3만여건에 달했다. 

또 지난 14일 차량관리 전문 서비스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모빌리티 서비스를 추진했다. 제휴 협약사들과 차량관리 통합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사업을 확장 계획 중에 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개인창고 서비스 '셀프 스토리지'를 개발해 신사업에 진출했다. 셀프 스토리지는 주유소의 일정공간을 빌려 고객이 개인 창고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추후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에 맞춰 복합 에너지 충전 플랫폼 확장은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일정공간을 빌려 고객이 개인 창고로 쓸 수 있는 ‘셀프스토리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탈(脫) 석유시대…신사업 DT 전략 고객 확보 나서

잇따른 정유업체들의 비정유사업 강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가 하락에 따른 변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전국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276.1원이다. 올 3월 둘째 주 1500원대에 비교하면 아직은 낮은 수준이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1분기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정유 4개사는 4조377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손해봤다. GS칼텍스는 1조318억원, 현대오일뱅크는 5632억원, 에쓰오일은 1조73억원, SK이노베이션은 1조7752억원 적자를 각각 본 것이다.

정유업계의 전례없는 위기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T)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 DT는 정교한 데이터를 통해 생산 효율화가 가능하다. 이에 정유업체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로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DT는 세 단계로 나눠 의미를 다졌다. 먼저 디지털화로 오프라인에 분리된 데이터를 디지털화로 모은다. 두 번째는 스마트&인텔리전스로 취합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다. 마지막으로 자동화는 기계가 자율화로 운행하는 동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 총수도 힘을 합쳤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최근 전사 본부장급 이상이 참여하는 회의체인 ‘행복 디자인 밸리’를 화상회의로 열어 지난 1년간 준비한 DT 전략을 점검했다. ▲디지털 OE(Digital Operational Excellency) ▲디지털 그린(Digital Green)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 등 ‘DT 3대 추진방향’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유업체들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고객과 접점 기회를 높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이후 감소한 실적을 DT 전략에 따라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전개하려는 셈이다. C2C(소비자와 소비자 간 거래) 사업도 각 정유사들이 플랫폼으로 계획하고 있어 사업 시너지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까지 제고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유산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반등을 전망한다”며 “국내 정유사들은 중장기적으로 변동성이 있어 정유사업 부문의 실적을 방지하고자 배터리 건설 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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