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신원호 감독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시즌 1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주 1회 편성과 시즌제 도입이라는 새로운 도전 속 우려를 안고 시작했지만 최고 시청률 14.1%라는 성적을 거두며 사랑을 받았다. 이에 대해 신원호 감독은 "주 1회 방송이라는 편성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적인 면도 큰 도전이었는데 많이 좋아해 줘서 다행이다"라며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작품들의 결과보다도 안도하게 되는 지점이고 주 1회 방송을 버티면서 따라와 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

- '슬의생' 시즌 1이 끝났다.

"홀가분하다. 전작까지는 '끝났다'라는 느낌과 함께 긴장이 풀어졌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제라서 그런지 아직 안 끝났다는 생각으로 긴장감이 다 풀어지지 않았다. 아마 시즌 2가 끝나면 여파가 몰려올 것 같다."

- 주 1회 편성은 아무래도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여전히 스태프들은 고생하지만 근로환경 개선이라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경우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스태프 협의체를 구성해서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사전에 협의한 근무시간을 준수했고 산업 안전 등에 대한 오프라인 집합 교육도 진행했다. 이렇게 사전 협의를 하고 진행하니 나도 떳떳하게 일할 수 있었다. 사전에 합의한 선을 지켜서 촬영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더 요구하거나 은근슬쩍 스태프들의 권리를 침해할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현장의 피곤함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것 같다."

- 그래서인지 배우들 역시 현장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악기라고는 다뤄본 적도 없던 연기자들에게 여유 있는 연습 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도 주 1회 방송이라는 형식이 준 여유 덕분이었다. 물론 여전히 고생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하지만 시청자들도 외국 드라마를 많이 접하면서 주 1회, 시즌제에 많이 친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예전 같으면 우려먹는다는 반응이 있을 법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이 사람들을 내년에 또 보고 싶다, 이 이야기를 기꺼이 계속 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

- 그래도 주 1회는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주 2회 대비 파괴력이나 다음 회를 보게 하는 힘의 차이는 확연히 있다. 하지만 예상했던 바였고 그거에 비해서도 훨씬 좋은 결과를 얻었다. 재미만 있으면 주 1회도 본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 물론 모든 제작사나 방송사가 주 1회 방송이나 시즌제, 사전제작 등의 풍토가 자리 잡기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지만 앞으로 러닝타임의 변화나 제작 편수의 변화같이 드라마 형식이 다양화되고 이와 함께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여러 형태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 이번에도 러브라인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감정선을 다 깔아두긴 했다. 99즈 다섯 명의 첫 만남 사진에서 익준(조정석)이 송화(전미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송화의 얼굴에 옅은 홍보가 깔렸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멜로만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알아차리면 좋지만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멜로에 지나치게 공을 들이고 시간을 배분하는 순간 작품 전체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안정원(유연석)과 장겨울(신현빈)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 러브라인이 한눈에 드러나지 않고 생활에 녹아 있는 게 인상적이다.

"마음속 가이드라인은 70%의 병원 이야기에 각자의 이야기가 30% 더해지는 구조였다. 그 30%엔 가족 이야기나 친구 이야기, 꿈에 관한 이야기, 사랑 이야기 등이 포함되어있다. 하나의 소재를 색깔로 꼽기보다는 소소한 여러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은 모여 큰 그림이 되는 방식으로 극을 꾸리려고 했다. 그리고 아마도 마흔 살의 사랑이라는 게 이런 것 같다. 스무 살 시절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사이 수많은 사람과 인연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고 그 기억들로 매일 뜨겁고 절절하게 살아가지 않는 나이다. 더 이상 첫눈에 뜨겁게 반할 나이도 아니고 사랑의 감정만으로 일상을 어그러뜨릴 수 있는 어린 나이도 아니다. 기존의 멜로와 작법이나 속도가 달랐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 그럼 '슬의생'을 연출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연출 자체는 담백하게 하고 싶었다. 스토리 자체도 큰 틀은 존재하지만 꼬아있는 내용은 아니고 소소한 내용을 계속 던지면서 담백하고 웃음과 감동을 강요하지 않고 편안하게 들여다보는 것처럼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 드라마의 속도는 보는 분들이 지루할 틈 없이 숨 가빠할 만큼 스피드 있게 진행하는 것이 목표였다. 1화, 2화 때는 완성된 편집본은 수차례 돌려가며 불필요한 호흡들을 없애고 대사와 대사가 바로 이어질 수 있게 줄여나갔다. 그런 방향이 주 1회, 총 12회인 시즌제 드라마와 맞는 호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반부부터 어쩔 수 없이 처음의 속도보다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시즌 2엔 다시금 속도를 올려볼 생각이다."

- 매번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유가 있나.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의 판타지다. 그간 '교도소에 저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 '병원에 저렇게 좋은 의사가 어디 있어' 하는 댓글도 많이 봤다. 하지만 그게 판타지일지언정 그걸 보면서 마음이 좋고 나도 저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목표를 위해 매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 판타지라고 여겨지는 현실은 슬프지만 그래도 더욱 좋은 사람들이 펼치는 선한 이야기가 수많은 드라마 속에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시즌 2를 기다릴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12주간을 사랑해주고 기다려주고 애정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다음 시즌까지 또 기다려야 하는데 이 따뜻한 감성을 한 켠에 품고 기다려줬으면 한다. 지루하더라도 조금만 참고 꼭 돌아왔을 때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tvN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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