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팀 최다인 15연패 늪에 빠진 가운데 한화 코칭 스태프의 표정이 침울하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0시즌 프로야구 시즌 초반 연승(連勝)과 연패(連敗)를 기록한 팀의 분위기는 잘 풀리는 집과 안 풀리는 집으로 비교된다. 단독 선두 NC 다이노스는 연승 휘파람을 불었지만, 한화 이글스는 15연패로 팀 창단 최다연패를 기록했다. 

역대 페넌트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들은 대부분 연패보다는 연승이 많았다. 이른바 'SK 왕조'를 건설했던 SK 와이번스는 2009년 8월 25일 두산전부터 시작해 이듬해인 2010년 3월 30일 LG 트윈스와 경기까지 무려 22연승의 거침없는 질주를 펼치며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반대로 연패의 늪에 빠진다면 심한 경우 팀이 해체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1985년 3월 31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를 시작으로 같은 해 4월 29일 롯데전까지 무려 18연패를 한 삼미 슈퍼스타즈는 결국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또한 1999년 17연패를 당한 쌍방울 레이더스 역시 지금은 KBO리그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추억의 팀이 됐다. 그나마 2002년과 2010년 16연패를 한 롯데와 KIA 타이거즈는 오랜 부침 끝에 팀을 재정비하며 올 시즌 준수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NC 다이노스 선수단이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연승을 달리고 있는 NC는 내친김에 우승을 내다보고 있다. 반대로 한화는 극심한 부진에 한용덕 감독이 자진사퇴하고 최원호 2군 감독이 남은 80%의 시즌을 책임지는 감독 대행으로 올라섰다. 잘 풀리는 NC와 안 풀리는 한화의 극명한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연승과 연패의 차이는 어디서 올까. 선수층의 두께에 해답이 있다. NC는 확실히 강해졌다. 팀 평균자책점(EAR)은 3.73으로 리그 1위(이하 10일 오전 기준)다. 특히 루친스키-라이트-이재학-구창모-김영규로 이어지는 선발의 평균자책점은 3.2다. 이 중 구창모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0.66이다.

팀타율 역시 0.305로 리그 1위다. 홈런도 벌써 50개나 때려냈다. 투타의 안정적인 밸런스를 바탕으로 초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두터운 '뎁스(선수층)'도 한몫한다. 내·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김태진을 비롯해 한 방 있는 권희동과 백업 포수 김찬형, 김태군, 김형준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이 중 강진성은 부상으로 빠진 1루수 모창민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웠다. 이들 모두 다른 팀에서 뛴다면 주전 한 자리를 꿰차도 이상하지 않을 기량을 뽐내고 있다. 

NC는 지난해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고전했다. 박민우를 시작으로 모창민, 양의지, 나성범 등이 잇따른 부상에 시달렸다. 나성범은 아예 시즌 아웃됐다. 그 때 백업 선수들이 차곡차곡 빈자리를 채웠다. 지난해 줄부상이 올 시즌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돌아왔다. 잘 풀리는 집은 부상도 약이 되는 셈이다.

한화는 정반대다. 백업 선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 동안 주전의 부상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그래서 주전 선수의 부진이나 부상 이탈을 대비한 수준급의 백업 선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올 시즌 한화는 주전과 경쟁할 백업 선수가 없다. 

한화의 얇은 뎁스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그럼에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유망주 발굴, 육성보다는 당장의 팀 성적을 위해 '이름값'에 의지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후 야구 열기가 뜨겁자 한화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김응용, 김성근 두 명장 감독을 영입했다. 여기에 몸값 비싼 자유계약선수(FA)를 아낌없이 수집했다. 당시 30대 베테랑들이 대거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 대신 유망주들을 다른 팀에 보상선수로 빼앗겼다. KIA 타이거즈의 임기영과 SK 와이번스의 노수광이 대표적인 선수다. 신인 육성과 발굴에 공을 들였던 다른 팀과 다른 행보다.

연승으로 우승을 넘보는 NC와 연패로 최악의 위기에 봉착한 한화의 결정적 차이는 얼핏 보면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기록 차이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팀을 운영하고 야구를 바라보는 방향성에 있다. 

박대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