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결백’은 급성 치매에 걸린 엄마의 살인 누명을 벗기려는 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딸은 엄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진실을 쫓아가던 중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들을 마주한다. 엄마의 사건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딸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한 추적극을 표방한다.

변호사 정인(신혜선)은 도망치듯 시골에서 빠져나와 서울에서 로펌 변호사로 성공한 인물이다. 앞길을 가로막던 아빠와 그저 궁상맞게 여겨진 엄마 화자(배종옥)를 떠나 서울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로 성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막걸리에 농약을 탄 살인사건이 일어나 화자가 용의자로 몰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결백' 리뷰.

정인은 엄마를 용의자로 몰아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변호사 대신 자신이 직접 변호를 맡게 된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던 중 시장 추인회(허준호)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이 엄마를 피의자로 몰아가며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일반적인 살인사건이 아닌 자신이 모르는 진실이 있다는 걸 느낀 정인은 추 시장을 비롯해 자신의 아빠와 마을 사람들이 저지른 짓을 알게 된다. 진실에 가까워진 정인은 이를 은폐하려는 이들에게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지만 치매에 걸린 엄마는 정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결백’은 초반부 정인이 진실을 쫓아가고 실마리를 푸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의 몰입을 높인다. 오로지 정인의 시점에서 사건을 파헤치는데 이 과정에서 보는 이들에게 선사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막걸리 사건의 뒤에 감춰졌던 과거의 추악한 진실과 정경유착 등 비리가 드러난다. 여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안쓰러운 모성애가 더해진다.

사건의 진실을 숨기려는 작은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이를 홀로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여느 스릴러에서 많이 다뤄진 소재다. 그러나 ‘결백’은 추적스릴러에 모녀 관계라는 설정을 더해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소재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다.

재미와 여운에 집중하다보니 다소 과한 설정과 신파적인 장면 역시 눈에 띈다. 초반의 흥미가 후반부로 갈수록 절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인의 경직되고 날 선 모습은 그의 사연이 드러나기 전까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을 향해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남성의 폭력과 불행했던 유년시절이 캐릭터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정인이 느끼는 딜레마는 공감을 형성한다. 직업적인 윤리관과 도덕적인 윤리관에서 갈등하는 정인의 모습과 마지막 선택은 공감을 자아낸다.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은 신혜선은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정인 역할을 흐트러짐 없는 연기로 소화한다. 치매 노인 화자 역을 맡은 배종옥은 노역 분장부터 파격적인 모습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보여준다. 11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15세 관람가.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소니픽쳐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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