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연경ㆍ이재영ㆍ이다영 보유한 흥국생명은 '핑크 어벤져스'
흥국생명 김연경과 이재영, 이다영(왼쪽부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독식이냐, 흥행이냐.

‘배구여제’ 김연경(32ㆍ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 국내로 복귀하면서 스포츠계가 떠들썩하다.

지난 5월 계약 만료로 터키 엑자시바시 비트라와 결별한 김연경은 해외 체류와 국내 복귀를 저울질하다가 이달 초 V리그 흥국생명 유턴을 결심했고 6일 연봉 3억5000만 원에 1년 계약하는 조건에 사인했다. 연봉과 옵션을 포함해 최대 6억50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구단 샐러리캡(연봉총상한액ㆍ23억 원)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자진해서 연봉을 낮췄다.

‘쌍둥이 자매’인 이재영(24), 이다영(24)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해 우승 후보로 평가 받던 흥국생명은 급기야 세계 최고 공격수까지 품었다. 배구계에선 흥국생명의 리그 전승 우승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력 쏠림 우려 vs 선한 영향력 기대

이도희(52)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감독은 지난 4일 열린 2020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현장에서 "김연경은 지금까지 V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들을 통틀어서도 가장 뛰어난 선수다. V리그 최고 레프트였던 이재영에, 세터 이다영을 영입한 흥국생명에 김연경까지 가세하면 다른 5개 팀들은 도전하는 형태가 된다"며 "흥국생명에 운이 많이 따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민(46)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감독도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합류하면 '뻔한 결과의 경기'가 많아질 것이다. 혹시라도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의견이 지배하면 다른 구단이 투자에 인색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상현(46) GS칼텍스 서울 KIXX 감독도 "김연경은 엄청난 영향력이 있는 선수다"라며 "경기에서 뻔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거들었다.

물론 김우재(54) IBK기업은행 알토스 감독은 "개인적으로 김연경이 국내에서 뛰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이고, 좋은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KOVO의 한 관계자는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김연경이라는 세계 정상급 선수가 다시 V리그 돌아온 건 기쁜 일이다. 흥국생명 선수들은 물론 더 나아가 다른 구단 선수와 후배들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게 되면 좋겠다. V리그 여자부가 김연경의 복귀로 인해 더 발전하면 좋겠다”고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리그 구단간 전력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에 대해선 “시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자칫 전력이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은 하시는데 아무튼 김연경의 복귀 자체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여자부의 흥행과 발전 면에선 좋은 일이다. 여자부가 지난 몇 년 동안 시청률 등에서 상승세를 보였고 이번 기회로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 기대는 하지만 그것 또한 뚜껑은 열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연경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이웃 동네인 농구계도 김연경의 복귀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만난 농구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선수의 복귀로 프로배구의 인기는 분명 높아질 것이다”라고 부러워하면서도 “다만 상대적으로 농구판은 관심도를 빼앗길 수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몇 년째 인기 부활을 노리며 흥행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국내 남자프로농구는 농구계에 김연경만큼의 세계적인 선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 체육계 인사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며 스타 선수들이 한 팀으로 대거 모인 이번 일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연경은 1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솔직한 심경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의 합류가 리그 전력 불균형을 야기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무실세트(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것) 우승 같은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스포츠라는 게 쉽지 않다. 말로는 전승도 할 수 있다. 말만큼 쉬우면 우승도 할 것이다. 무실세트라는 표현이 조심스럽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1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복귀해 설렌다. 많은 팬 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몸을 잘 만들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많이 응원하고 성원해주시면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