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여태까지 이런 가족에 대한 이런 통찰은 한국영화에서 찾을 수 없었다. 영화 ‘침입자’(4일 개봉)는 실종 25년만에 돌아온 딸을 통해 서서히 균열을 보이는 가족관계와 치솟는 갈등, 극단적인 상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아몬드’로 국내에서 25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손원평 작가의 상업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손 감독은 “가족 내부 구성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괴한 일을 그리고 싶었다”며 “가족 구성원들도 같이 이상해지는, 어디까지가 진짜고 가짜인지 궁금해지는 미스터리의 재미를 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처음 ‘침입자’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딸을 출산했다. 새로운 가족을 얻게 되면서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글을 막 썼는데 ‘아몬드’와 ‘침입자’였다. 어쩌다보니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을 선보이게 됐는데 가족 테마에 집착한 건 아니다. (웃음) ‘침입자’는 가족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고 낯선 존재가 우리집에 와서 이질감을 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싶었다. 사실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규모도 바뀌고 주인공의 성별이 바뀌기도 했다. 여러 과정을 거쳤는데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한 과정이었다. 상업영화로 들어오기 위한 선택이었다.”

-‘침입자’는 끝이 마무리된 결말을 담는 않았다.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엔딩으로 마무리 됐는데.

“유진(송지효)이 친동생이냐 아니냐는 영화를 보는 관객을 끌고 오는 궁금증이라고 봤다. 정체는 밝혀졌지만 사실 그걸 밝히지 않는 게 주제에 부합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피가 섞였든 안 섞였든 서진(김무열)과 가치관이 너무 다른 사람은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영화 '침입자' 스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각각 송지효와 김무열을 캐스팅했는데 만족했나.

“일단 김무열이 캐스팅 됐을 때 한시름 놨다. 영화 자체가 남자 주인공의 연기가 보여줘야 하는 폭이 너무 크고 많기 때문이다. 관객이 몰입해서 가야 하는 인물이고 처음에 침체된 모습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폭발하는 감정을 보여준다. 김무열이 연기를 너무 잘 하는 걸 알기 때문에 ‘이제 됐다’ 싶었다. 송지효는 사실 내게는 늘 배우였다. ‘런닝맨’ 이미지를 많이 이야기 하시던데 TV자체를 내가 많이 보지 않는다. ‘여고괴담3’ 속 서늘하고 처연한 얼굴을 보여준 연기가 너무 좋았다. ‘신세계’에서도 언뜻 나왔던 이질적인 모습을 끌어내고 싶었다. 새로운 얼굴을 끌어내고픈 마음이 컸다.”

-송지효와 김무열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특별히 지시를 한 게 있나.

“두 사람 모두 굉장히 어려운 연기를 해야 했다. 송지효는 어눌한 모습으로 시작해서 가족에 침투하면서 변하고 장악하는 모습을, 김무열은 세밀한 연기를 보여줘야 했다. 서로 변화의 지점들이 엇나가지 않도록 설계해야 했다. 예민한 감정의 흐름이 있는 영화인만큼 두 배우에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냐고 제안했다. 다들 신기하게도 이미 체중감량을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 윤희로 분 예수정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 폭발적인 감정을 보여줬다.

“예수정은 ‘신과 함께’ 속 ‘국민엄마’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았나. 예전에 단편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작품에서 굉장히 기괴했다. 표독스럽기도 했다. 새로운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하니 예수정 역시 선뜻 출연을 수락했다. 실제로도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몸 안에 있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손원평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조금은 성적으로 보일만한 장면도 있었다. 예수정을 부축하는 간병의 손을 보는 김무열의 시선이 대표적인데.

“이질감을 주고 싶었다. 당연한 일인데 서진의 입장에서만 이상하게 보이는 이질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자신의 집이지만 집 같지 않은 이질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서진이 유진과 그들에게 거리를 느끼게 되는 대표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사이비종교에 대한 지식과 취재도 필요했을 것 같다.

“조사와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조사를 하면서 느낀 건 정말 기괴하고 이상한 종교들도 있었다. 의상이나 립스틱은 나름대로 조사를 하면서 상상의 것을 만들었다. 어떤 식의 옷을 입을지 어떤 머리모양을 할지 창작했다.”

-소설과 달리 스크린으로 그대로 표현되는 영화는 또 다른 창작의 고통이 있었을 듯하다.

“사실 현장에 들어가면 고통을 느낄 시간은 없고 하루하루 전쟁이다.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기도 하고 제한된 상황과 돌발상황에 익숙해야 한다. 단편영화도 많이 찍었지만 정말 너무 힘들었다. 촬영 후반으로 가면서 더 힘들었다. 영화를 한지 20년 만에 데뷔했다. 소설은 작가로서 나 자신을 마주하면서 만들어가는 인물들을 표현해야 한다. 영화는 하나하나 구현을 해야 하고 그 과정 속 수많은 설득과 대화가 오간다. 물론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