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19연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화 이글스가 드라마 같은 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KBO 리그 역대 최다인 18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한화는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서 7-6으로 역전승하며 지긋지긋한 18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5월 23일 NC 다이노스전에서 0-3으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12일 두산전까지 내리 18경기를 패한 뒤 승전고를 울렸다. 

독수리 군단은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 이후 35년 만에 프로야구 역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의 불명예를 썼다. 이날 경기에서도 지면 19연패라는 KBO 역사에 길이 남을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됐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KBO 리그는 물론 1998년 일본 프로야구(NPB) 지바 롯데 마린스(1무 포함)의 18연패 기록도 넘어서지 않았다.

한화의 연패 탈출은 올 시즌 처음이자 KBO 리그 역대 9번째 서스펜디드(suspended) 경기에서 만들어졌다. 전날 두산과 대결이 우천으로 서스펜디드 선언이 되면서 이날 같은 장소에서 3-4로 뒤진 3회말 공격으로 경기를 재개했고, 밀고 밀리는 접전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올렸다.  

한화는 이날 에이스 워윅 서폴드(30)를 조기 투입할 수 있었지만 다음 경기와 두산 맞대결 전적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김범수(25)를 첫 투수로 택했다. 1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1이닝 2실점하며 65구의 던졌던 김범수가 3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김범수는 휴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출발은 불안했다. 4회초 선두 타자 정수빈(30)에게 내야 안타를 맞았고, 박건우(30)에게 볼넷을 내줬다. 최주환(32)을 고의 4구로 내보내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이유찬(22)을 7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4-4로 맞선 5회초에는 홈런을 맞았다. 김재환(32)에게 1볼-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를 통타 당해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중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그러나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김재호(35)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한숨을 돌렸다. 박세혁(30)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정수빈을 병살타로 요리하고 5회를 마쳤다. 6회엔 권민석을 우익수 뜬공, 박건우, 페르난데스를 내야 땅볼로 돌려세우고 삼자 범퇴를 일궈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마운드에 올랐음에도 3.1이닝 4피안타(1홈런) 3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한화 타선도 모처럼 응집력을 보여주며 김범수의 투혼에 응답했다. 7회말 공격에서 박한결(26)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한 뒤 주장 이용규(35)가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가 1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정은원(20)이 상대 투수 이현승(37)과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익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6-5로 경기를 뒤집었다.

한화의 연패 탈출은 끝까지 험난했다. 2이닝을 남겨두고 8회초 조기 등판한 마무리투수 정우람(35)이 불론세이브를 범했다. 8회초 1사 후 박건우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준 뒤, 페르난데스를 투수 앞 땅볼로 잡고 최주환을 고의4구로 내보내며 백업 선수인 이유찬과 정면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정우람은 이유찬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으면서 6-6 동점을 허용했다.

정우람이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한화는 마지막 공격에서 극적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선두 타자 이용규의 볼넷과 정은원의 1루 땅볼, 김태균(38)의 고의4구로 1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후속 타자 제라드 호잉(31)이 내야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나 무승부 위기에 놓였다. 만약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 다시 19연패 가능성을 떠안게 됐다. 

다음 타자는 중고신인 노태형(25). 2014년에 입단한 그는 올해 1군 무대에 데뷔한 신예다. 노태형은 부담감을 이겨내며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폭투로 만들어진 2사 2, 3루 찬스에서 함덕주(25)의 6구를 밀어쳐 좌전 끝내기 적시타를 뽑아내며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가 19경기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야구장 뒤 해발 400m의 대전 보문산 정상 인근 전망대에서 응원하던 일부 한화팬들은 승리가 확정되자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최원호(47) 감독 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뒤 감격의 첫 승을 올렸다. 경기 뒤 최 감독대행은 “연패가 지속되면서 상실감이 컸을 팬들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선수들의 마음고생이 컸다. 연패를 끊은 만큼 앞으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노태형은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을 때 오늘 제가 야구선수로서 우리 팬들께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제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타석에 들어섰다”며 “투스트라이크 이후 오히려 가볍게 스윙하자는 생각을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1군에서 계속 활약하는 게 목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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