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잘못한 스타는 입을 꾹 다물고 소속사가 입장을 낸다. 최근 물의를 빚은 스타들의 이후 행보를 보며 연예 기획사의 할 일이 어디까지인가를 고민하는 대중이 늘었다. 좋은 일, 궂은 일 함께하는 게 스타와 소속사의 관계라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땐 전면에 나서다 논란만 불거지면 뒤로 숨는 스타들의 행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잘못한 사람 따로, 사과하는 사람 따로
최근 양준일, 방탄소년단 정국, 슈가 등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직접 사과하지 않고 소속사 뒤로 숨는 경우 다수 발생했다. 사안과 경중은 서로 다르지만 패턴은 비슷하다. 스타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 만한 행동을 한 뒤 이에 대한 사과 내지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발생하면 소속사가 입장을 낸다. 그래도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으면 뒤늦게 스타가 직접 사과를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입장을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양준일의 경우 논란이 된 건 성희롱성 발언이었다. 지난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에서 한 여성 스태프에게 애인이 있으냐고 물은 뒤 이 스태프가 없다고 하자 "성격 급한 남자 분들 날짜 적으라", "새차를 중고차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 "마일리지도 얼마 안 된 새차"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즉각 논란이 됐고, 비판 여론이 일었다.
양준일 측의 입이 열린 건 사건 발생 일주일 여 뒤인 지난 10일이다. 재부팅 양준일 제작진이 "특정 성별에 의미를 두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을 인지해 곧바로 당사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비판 여론은 식지 않았다. 명백히 잘못된 표현을 했음에도 '오해의 소지' 같은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준일 본인이 아닌 유튜브 제작진이 사과문을 올린 점, 이 사과문에서 제작진이 "일반인인 제작진을 타깃으로 한 악의적인 댓글을 작성했으며 이에 제작진은 향후 불법적인 캡처와 비판을 넘어선 악의적인 댓글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할 예정"이라는 협박성 문구를 넣은 점, 또 공식적인 사과문에서 양준일을 '선배님'이라고 칭하거나 비연예인을 '일반인'이라고 쓰며 연예인을 마치 특권층인 듯 표현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계속된 논란에도 양준일은 자신의 SNS에 광고 인증샷을 올리고, 카카오와 함께 매일 한 마디 씩을 공유하는 프로젝트 '카카오 프로젝트 100'에서 자신은 스스로에게도 시든 꽃, 중고차라는 표현을 한다는 변명조의 글을 올려 많은 팬들을 등돌리게 했다. "눈치가 없는 거냐 일부러 논란을 회피하는 거냐"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자 결국 양준일은 지난 11일 뒤늦게 "내 발언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것뿐 아니라 성적 편견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사과글을 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두 멤버가 최근 물의를 빚었다. 먼저 멤버 정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었던 지난 4월 25일 NCT 127 재현, 세븐틴 민규, 아스트로 차은우 등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의 주점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 목격담 등이 나왔으나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아티스트의 사생활이라며 확인을 거부했고, 결국 정국의 이태원 방문이 사실이었던 게 드러나자 그제야 "사회적 거리두기의 엄중함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 하고 아티스트의 사생활 보호를 더 앞세웠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때도 많은 이들은 정국이 직접 논란과 마주할 것을 요구했다. 함께 이태원을 방문했던 재현, 차은우 등은 손편지로 사과의 뜻을 밝혔고 민규 역시 직접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은 계속해서 소속사 뒤로 숨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논란도 사그러들게 마련이지만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 만큼 논란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았다. 결국 정국은 지난 6일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진행하는 라디오 콘셉트의 반송 '슙디의 꿀 FM 06.13'에 출연해 "최근 내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화도 나고 마음이 상하셨을 것 같다. 이 상황을 힘겹게 보내고 계씬 분들, 또 곳곳에서 애써 주시는 분들, 항상 옆에 있는 형들한테도 엄청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미안한 뜻을 밝혔다.
또 다른 멤버 슈가의 경우 지난 달 22일 발매한 믹스테이프 'D-2'의 수록 곡 '어떻게 생각해?'에 수백 명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미국의 사이비 교주 짐 존스의 연설 일부 "당신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 살아서 믿는 자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를 삽입해 논란이 됐다. 이후 베트남에서는 같은 트랙에 베트남에서 독재와 부패를 일삼은 반공 독재자 응오딘지엠의 음성이 삽입된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응오딘지엠의 음성이 트랙에 들어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으나 짐 존스의 연설에 대해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검수하는 자체 프로세스를 통해 사회, 문화, 역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확인하고 있으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 경우에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아티스트 본인(슈가)도 생각하지 못 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슈가는 몰랐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일에 대한 슈가 본인의 입장은 끝내 없었다.
■ 스타, 왜 직접 사과 못 하나
그렇다면 '직접' 논란을 일으킨 스타들이 왜 사과는 '직접' 하지 못 하는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논란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다. 스타는 이미지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직업. 불가피하게 논란에 휩싸였다면 최대한 빨리 그 논란에서 벗어나는 게 이미지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소속사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관리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지켜야 추후 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기에 소속사에서 사과문을 내는 것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맞게 되는 것이다. 워낙 사건사고가 많은 연예계이다 보니 큰 논란이나 이슈가 생겼다 할지라도 금방 또 이를 덮을 만한 다른 사건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 못 할 이유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대중에게 "잘못을 해 놓고 간을 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소속사에서 공식적인 사과를 내놓는 것이 오히려 사안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제스처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비록 물의를 빚은 건 개인이더라도 소속사에서 나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해명하고 고개를 숙임으로써 회사에서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사과보다 공식적이고 더 깔끔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오히려 더 성의를 보이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스타가 일으키는 논란은 아티스트 본인에게도, 또 회사에게도 일종의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본인이 사과하지 않아) 진정성이 없다'는 부작용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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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