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MD, 세계 CPU 시장 점유율 20% 눈앞…과도한 가격 책정으로 인텔 독주 '급제동'
대중 눈높이 맞춘 가성비 전략 적중…"무리한 출혈 경쟁보다 제품 개발에 집중할 것"
국내 CPU 점유율 추이. 지난해 3분기 이후 AMD는 인텔을 뛰어 넘은 상황이다. /다나와 제공

[한스경제=마재완 기자] AMD가 조금씩 입지를 넓혀나가면서 세계 CPU 시장 점유율 20%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경쟁사 대비 유사한 성능을 내면서도 낮은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운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업계 최강자 인텔도 밥그릇 지키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AMD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향후 CPU 시장 판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15일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CPU 시장 AMD 제품 점유율은 데스크톱 18.3%, 노트북 16.2%을 기록했다. 종합 기준으로는 15.5%를 기록해 올해 안에 20%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간 CPU 시장은 인텔의 독주 체제였다. 비디오 게임 산업이 부진에 빠지고 PC를 이용한 실시간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데스크톱 CPU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텔 제품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에 나온 ‘인텔 코어 i9 9920X 스카이레이크’ 모델이 140만원을 넘어서는 등 유사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 부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대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투자부적격 기업으로까지 평가받던 AMD는 2012년 리사 수 CEO를 영입하고 과감한 사업 정리와 연구개발(R&D)에 투자, 2017년 라이젠 시리즈를 출시했다. 2018년에 라이젠 2세대, 지난해에는 7나노미터(nm) 공정을 바탕으로 설계된 라이젠 3세대를 발표하며 기술력으로 인텔을 압도했다.

당시 출시된 라이젠5 3600은 약 2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출시돼 비교군으로 지목된 인텔 i7-8700K보다 가격은 두 배 이상 낮지만 성능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좋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AMD 제공

이러한 역전 현상은 국내 CPU 시장에서도 확인됐다. 15일 온라인 전자제품 판매 전문점 다나와 집계에 따르면 국내 CPU 시장 점유율은 라이젠 3세대가 출시된 지난해 3분기를 기해 AMD가 인텔을 앞서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무려 60%의 점유율을 보이며 CPU 시장 최강자인 인텔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를 통틀어 CPU 판매량 상위 10개 제품 중 AMD 제품이 7개를 차지해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김홍욱 AMD코리아 MNC 및 컨수머 세일즈 총괄(상무)은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제품을 출시한 것이 AMD 점유율 상승의 주된 요인”이라며 “7nm 공정을 먼저 적용해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나간 것도 이유겠지만 지난달 출시한 라이젠 모바일 4000 등 대중 수요에 맞게 가격과 성능 모두를 챙긴 제품에 집중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선전 이유를 설명했다. 초고사양 제품까지 필요치 않은 대중의 수요에 부합토록 ‘가성비’에 집중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것이다.

CPU 시장 점유율 하락이 시작된 인텔도 수성에 나섰다. 인텔은 무리한 7nm 공정 적용 대신 기존 14nm 공정을 기반으로 효율성 끌어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선보인 10세대 ‘인텔 i9-10900K'은 이러한 인텔의 집념이 녹아든 제품으로 특히 하이엔드 유저(고사양을 추구하는 이용자)에게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AMD는 모처럼 잡은 점유율 상승 기회를 놓칠세라 주력 제품인 라이젠 3800X, 3900X 모델 가격을 약 15% 인하하며 맞불을 놓았다. 아울러 이전 발매 모델에 대한 추가 업데이트를 지원해 CPU교체 시 메인보드를 별도로 교체하지 않을 수 있게 조치하기도 했다.

인텔은 꾸준한 R&D 투자로 난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열린 ‘브레인스톰 테크 컨퍼런스’에 참여한 밥 스완 인텔 CEO는 적어도 2021년 하반기까지 7nm 공정을 적용한 CPU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리사 수 영입과 과감한 R&D 투자로 인텔의 아성을 노리고 있는 AMD처럼 인텔도 혁신적인 전략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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