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화 이글스가 다시 출발선에 섰다. 비상을 꿈꾸며 야구 미생들의 ‘유쾌한 반란’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7-6으로 승리하며 지긋지긋한 18연패에서 탈출했다. 지난달 23일 NC 다이노스전부터 이달 12일 두산전까지 18경기를 내리 져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긴 역대 KBO리그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썼지만 KBO 리그 단독 최다 연패 불명예는 피했다.

이날 한화를 19연패 벼랑 끝에서 구한 영웅은 무명의 중고 신인 노태형(25)이다. 그는 6-6으로 맞선 9회 말 2사 2,3루서 상대 투수 함덕주(25)를 상대로 결승타를 뽑아내 치열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노태형은 2014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104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사실상 턱걸이로 프로 문을 넘었다. 입단 이후에 2군에만 머물렀고, 군 복무도 경찰청·상무가 아닌 현역으로 했다. 올 시즌 전까지 1군 경험이 한 경기도 없었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달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입단 6년 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날 18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으로 우뚝 서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렸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의 자진 사퇴 후 최원호(47)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쇄신 의지를 천명한 최원호 감독대행은 변화의 신호탄으로 대대적인 선수단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8일 1군 엔트리에 큰 변화를 줬다. 장시환 이태양 안영명 김이환(이상 투수), 이해창(포수), 송광민 이성열 김회성(이상 내야수), 최진행 김문호(이상 외야수) 등 부진했던 주축 선수 10명을 한꺼번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대신 다음날(9일) 윤호솔 문동욱 황영국 강재민(이상 투수), 박상언(포수), 박한결 박정현(이상 내야수), 장운호 최인호(이상 외야수) 등 2군에 머물던 유망주들을 대거 1군에 불러 올렸다. 한화는 9일부터 14일까지 매일 엔트리에 변화를 주며 실험을 거듭했다. 최 대행은 “우리 팀에는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이 꽤 있다. 새 얼굴들을 기용해서 팀 분위기를 쇄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 10년간 유망주 스카우트와 육성에 번번이 실패해 매년 얇은 선수층에 발목이 잡혔다. 백업 선수들과 신예들의 반란과 성장은 한화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다. 노태형처럼 젊은 선수들이 알을 깨고 나와 장기적인 숙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물론 육성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유망주들이 성장할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은 기존 주축 선수들과 베테랑의 몫이다. 이들의 뒷받침이 없는 리빌딩은 금세 흔들리기 마련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은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리빌딩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경기를 해야 한다. 팀을 앞에서 끄는 주축 선수들이 살아나야 한화도 패배의식을 벗을 수 있다. 최 대행도  “한화는 중간층 선수들이 부족하다. 30대 주축 선수들이 많고, 20대 초반의 유망주들도 꽤 있지만, 20대 후반 주축 선수들이 타 팀에 비해 약하다”면서 “20대 초반 유망주들이 1군 주축 선수로 올라올 때까지는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김태균(38), 17연패 탈출 과정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준 이용규(35), 앞으로 1군에 복귀할 선수들이 기존 주축 선수들이 구심점 노릇을 해줘야 팀이 정상화 될 수 있다.

한화는 여전히 최하위지만, 시즌 전적 9승 27패를 기록해 1할대로 떨어질 뻔했던 승률을 0.250으로 끌어올렸다. 당장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지만, 아직 100경기가 넘게 남아 있다. 리빌등을 위해 성적을 포기했다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장기적인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할 때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