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신혜선이 ‘결백’(10일 개봉)으로 첫 상업영화 주연작을 선보였다. 극 중 막걸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혀야 하는 엘리트 변호사 정인 역을 맡아 냉철하면서도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언뜻 드라마 ‘비밀의 숲’(2017) 속 영은수가 떠오르기도 한다. 신혜선은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영은수가 약간 병아리처럼 귀여운 느낌이 있다면 안정인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접근하기 힘든 캐릭터”라고 차이점을 밝혔다.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컸나.

“사실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고민이 되긴 했다. 쉽지 않았다. 정인의 감정선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연기를 할 수 있는 건데 그러지 못하고 연기를 하는 건 무책임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했다. 정말 다행인 건 촬영을 하면서 다른 배우들에게 물리적인 도움을 받았다. 글로는 이해되지 않았던 게 몸으로 이해됐던 것 같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라 감회가 남다를 텐데.

“너무 긴장되고 떨린다. 촬영을 할 때도 항상 떨렸다. 영화를 보는데 객관적인 시선에서 볼 수 없었다. 내가 나오는 장면들을 보면서 아쉬운 점들만 생각났다. ‘저 장면을 찍었을 때 이렇게 했다면 더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만 했다. ‘결백’이라는 작품은 날 반성하게 하고 되돌아보게 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첫 영화로서 너무 만족하고 있다. 나와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비밀의 숲’ 영은수와 비슷한 캐릭터인데 겹치는 이미지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캐릭터다. 은수 역시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라 오히려 정인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다. 난 그렇게 냉철하고 속으로 깊게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웃음) 결은 비슷했지만 둘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은수는 양반집 규수 같고 정인은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신의 능력을 믿고 도망친 아이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욕망이 굉장히 달랐다고 본다. 정인이는 은수보다는 좀 더 어른 같은 느낌이었다.”

-엄마 화자 역을 맡은 배종옥과 호흡은 어땠나.

“사실 영화를 찍을 때는 그리 친해지지 못했다. 워낙 그동안 작품들 속 모녀관계와는 다른 긴장감이 있는 관계를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선배와 ‘다음에는 다른 관계로 재미있는 역할을 맡아서 하면 재미있겠다’고 했는데 드라마 ‘철인왕후’에 같이 출연하게 돼 기쁘다. 배종옥 선배가 워낙 베테랑이다보니 촬영 전부터 집중도가 굉장히 좋았다. 노역분장 하시는 걸 못 보게 하셔서 궁금해 하고 있다가 촬영할 때 처음 보니까 연기에 정말 도움이 됐다.”

-극 중 정인은 엄마의 결백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선 인물인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키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재판을 판가름할 수 있는 사람인데 엄마에게 한 줄기 빛을 보여주고 싶었던 느낌이라고 이해했다. 힘든 삶을 살아온 엄마에게 빛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선택의 과정에서 정인 역시 기뻐하는 게 아니라 죄책감에 휩싸인다.”

-연기할 때 어떤 재미를 느끼나.

“연기할 때 캐릭터를 만나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감정선이 드러날 때 재미를 느낀다. 많은 신들을 지나치면서 왜 여기까지 도달했는지를 계산하는 게 느껴져서 연기로 풀 때를 말한다. 이 캐릭터의 감정을 내가 대변해주는 거니까. 100퍼센트까지는 아니어도 캐릭터의 감정에 근접하게 도달했을 때 뿌듯하다.”

-‘아이가 다섯’ ‘황금빛 내 인생’ 등 주말드라마의 긴 호흡이 연기에도 도움이 됐나.

“한 드라마를 집중력을 키우는 데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캐릭터의 특성을 오랜 기간 동안 가지고 가야 하니까 그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 ‘황금빛 내인생’이 흥행한 후 ‘내 인생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글귀를 본 기억이 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가든 내 인생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갈증이 있나.

“내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에 대한 기대감보다 어찌 됐든 새로 시작한 작품을 보게 될 시청자들께서 내 캐릭터를 호감 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새로 맡을 캐릭터가 비호감보다 호감인 아이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사진=키다리이엔티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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