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규모는 2014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이 확인시켜줬다. 2015년엔 ‘인사이드 아웃’이 있었고, 올 초에는 ‘주토피아’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젠 국산 애니메이션도 사랑받을 때가 왔다.

지난 7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달빛궁궐’은 창덕궁에서 우연히 환상의 세계 달빛궁궐로 들어가게 된 13살 소녀의 모험담을 그린 판타지 어드벤처다. 전문 성우 김서영, 신용우 등이 목소리를 연기했고 배우 이하늬, 권율, 김슬기가 지원사격 했다.

영화는 개봉 전 포스터와 티저 공개만으로도 일본 애니메니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표절이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뚜껑을 열어 본 ‘달빛궁궐’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과 견주기엔 내공이 상당히 부족하다. 용이 등장하거나, 불길한 순간 까마귀가 나오는 것들이 간혹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동아시아 문화가 가진 공통점에서 비롯된 것이라 받아들여진다.

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남녀노소의 취향을 골고루 반영한 것과 달리, ‘달빛궁궐’의 타켓층은 딱 어린이다. 처음엔 어둡고 강렬한 액션신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더니, 이내 밝은 색감과 국악 동요로 분위기를 반전한다. 어린이들에게 전통을 소개시켜주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교훈을 던진다. 광화문 세월호 천막이나 차선을 끼어드는 버스, 여름 유행한 오프숄더룩 등 디테일이 살아있는 점도 흥미롭다. 한복을 입은 주인공과 십이지신 중 쥐를 묘사한 다람쥐 캐릭터도 귀엽다. 이미 ‘달빛궁궐’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누적관객수 3만4,930명(11일 발표)을 기록 중인데 앞으로 이어지는 추석 연휴까지 모객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각과 청각을 강조해 어린이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겠지만, 부모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어필할 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줄거리의 개연성과 캐릭터의 매력들은 놓쳐버려 러닝타임 80분이 길게 느껴진다. 디즈니나 픽사 영화의 흥행으로 관객들의 눈은 높아졌는데, 국산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어린이 교육’을 강조하며 제자리걸음 중이라는 점이 아쉽다.

사진=영화 ‘달빛궁궐’ 포스터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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