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신현빈은 매 작품마다 다른 색깔의 옷을 입는다. 전작과 비슷한 결을 지닌 캐릭터라 할지라도 다르게 해석하는 법을 아는 영리함이 빛난다. 최근 종영한 tvN 목요극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외과 레지던트 3년 차 장겨울로 분해 제 몫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화장기를 찾아볼 수 없는 얼굴에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정원(유연석)만을 바라보는 장겨울에 맞닿은 연기로 극에 몰입을 더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이 종영했는데 소감은.

“주변에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걸 체감한 드라마였다. 친구들한테 ‘잘 보고 있다’는 연락도 많이 오고 시청자 분들도 본방 사수를 많이 해주시는 걸 느꼈다.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해석이 있다는 걸 현장에서 들었다. 재미있고 행복했다.”

-신원호PD, 이우정 작가의 작품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보장됐다. 처음 캐스팅 됐을 때 상당히 기뻤을 것 같은데.

“신원호 PD님이 같이 하자고 이야기 하셨을 때 얼떨떨했다. 한 세 번 정도 미팅하고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재미있는 작품이 또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했다.”

-우직하고 무뚝뚝한 장겨울은 극 중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로 등장한다.

“베이스만 했고 색조 화장은 전혀 하지 않았다. 감독님도 화장을 안 하는 편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나 역시 그게 캐릭터와 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떤 작품이든 연기를 하는 표정이나 목소리 톤이 인물마다 다르겠지만 외형적으로 보이는 차이가 제일 일차원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니까. 안경 쓰고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장겨울이 짝사랑했던 안정원 역 유연석과 호흡은 어땠나.

“호흡은 정말 좋았다. 실제로는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지냈다. 사실 함께하는 장면에서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신도 많았고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신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방송을 통해 (유)연석 선배의 연기를 볼 때도 있었는데 ‘정말 섬세하게 연기하는구나’라고 감탄하면서 봤다. 상대 배우로서 고맙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장겨울과 안정원은 최종회에서 결실을 맺게 된다. 이들의 키스신이 다소 갑작스럽다는 평도 있는데.

“아마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 보니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나는 현실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이라는 게 꼭 어떤 이유나 계기가 있어서 보이는 게 아니라 어떤 순간에 불쑥 튀어나오지 않나. 그동안 정원이 알게 모르게 보인 망설임의 순간들이 플래시백(과거 회상장면)으로 충분히 그려졌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이 엔딩 장면이 좋았지만 연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감독님이나 연석선배에게도 걱정된다는 말을 했다. 다행히 그 장면이 바라던 방향의 그림으로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

-실제 의사처럼 의학용어가 어색하지 않아야 했다.

“의학용어가 일상적으로 나오는 사람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늘 입에 익숙하게 만들려고 했다. 실제로 자문해주시는 선생님이 의학용어 대사를 할 때 어색하지 않다고 해서 뿌듯했다. (웃음) 그런 대사는 계속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후반부에 총담관낭종이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어색하게 보일까봐 수험생처럼 공부했다. 다행히 NG를 안내고 촬영했다.”

-출연배우들이 워낙 많은 작품이다보니 매력을 살리는 것도 힘든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우선은 대본상에서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그걸 어떤 식으로 효과적으로 보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정도만 한 것 같다. 다른 인물과 어떻게 다르게 보일 수 있을지는 크게 생각 안 했다. 캐릭터 별 매력을 작가님이나 감독님께서 글과 연출로 표현해주신 것 같다.”

-장겨울의 짝사랑에 공감했나.

“그렇다. 그렇게 순수하게 누군가를 조항하고 애태우는 마음이 이해가 갔다. 작가님이 짝사랑 때문에 설레고 애태우는 순간들을 현실감 있게 그려줘서 최대한 집중해서 풋풋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경험이고 굉장히 현실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순간들이었지만 공감이 갔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얘기다. 그런 순간들이 되게 현실적이라고 느꼈고 대본을 보면서도 감탄했다.”

-겨울과 정원의 이름을 따 ‘윈터가든’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예쁜 수식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예쁜 이름으로 불러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늘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셔서 더 재미있었다.”

-전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퇴폐적인 모습과는 전혀 상반된 캐릭터라 더 안정적인 마음이 들었을 것 같은데.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우직함과 무던함이 내게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걱정되고 예민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 텀을 짧게 만들어줬다. 작품이 주는 따뜻한 이야기도 큰 도움이 됐다. 함께하는 사람들도 다 너무 좋은 분들이라 심적으로 의지가 됐다.”

-영화 ‘방가?방가!’(2010)때부터 캐릭터마다 새로운 느낌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대사톤이나 말투, 외형 등 다양한 게 있겠지만 실제 캐릭터처럼 느끼기 쉬운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게 뭔지를 찾아서 표현하고 싶다. 연기하는 순간에 제일 집중해서 하려고 하는 편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인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졌다. 의미가 남다를 텐데.

“매 작품이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한 이후에도 나에게도 변화가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로 최근 몇 년 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는데 운 좋게 좋은 팀들을 만났다. 그런 사람들이 준 힘이 굉장히 크다.”

사진=최성현 스튜디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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