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쓴 후 한국영화를 향한 할리우드의 관심이 뜨거워졌다.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한 한국영화들은 할리우드에서 속속들이 리메이크 되며 또 다른 창작물로 탄생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국내 영화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할리우드와 손잡은 한국영화들이 창출할 경제적 가치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공포부터 컬트까지..장르 불문 리메이크

영화 '악인전' 포스터.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한국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리메이크된다. ‘악인전’ ‘지구를 지켜라’ ‘곤지암’ 등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들이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다.

먼저 지난 5월 리메이크 소식을 알린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되었다가 살아난 조직 보스 장동수(마동석)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형사 정태석(김무열)이 연쇄살인마 K를 잡기 위해 투합하는 범죄 액션 영화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며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104개국에 판매됐다.

리메이크작은 배우이자 감독·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실베스터 스탤론, 영화 ‘윈드리버’를 기획한 프로듀서 브레이든 애프터굿, 한국판 제작사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 ‘팀 고릴라’ 대표이자 배우인 마동석 등이 공동 프로듀싱을 맡는다.

스탤론이 이끄는 발보아픽처스 측은 “조직 보스와 형사가 손잡고 연쇄살인마를 잡는다는 콘셉트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판 주인공인 마동석이 리메이크판에서도 연쇄살인마를 잡는 조직폭력배 보스로 출연한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해 유창한 영어 실력을 지닌 마동석은 마블 스튜디오의 ‘더 이터널스’의 길가메시 역을 맡아 촬영을 마쳤다.

장준환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 역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다. 2003년 개봉한 이 영화는 외계인 때문에 지구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믿는 주인공 병구가 유제화학 사장 강만식이 외계인이라며 납치해 벌이는 일을 그린 컬트영화다. 배우 신하균, 백윤식, 황정민 등이 출연했다. 개봉 당시에는 7만 여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후 국내 영화 마니아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컬트영화로 불리며 회자됐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 포스터.

리메이크작은 원작자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유전’ ‘미드소마’ 등 독특한 호러물을 만든 아리 애스터 감독이 제작하며, HBO드라마 ‘석세션’의 윌 트레이시가 시나리오를 담당한다. 영화 ‘기생충’의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및 제작한다.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나선다.

이 부회장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기생충’의 성공으로 배운 점은 전 세계 관객이 커다란 주제를 가진,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사랑한다는 것”이라며 “장준환 감독은 뚜렷한 주관으로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정범식 감독의 영화 ‘곤지암’ 역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블랙박스매니지먼트와 한국 제작사 BH엔터테인먼트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제작한다. ‘곤지암’은 지난 2018년 개봉 당시 267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총 제작비 24억 원의 영화지만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전체 호러 영화 2위에 오르며 수익을 거뒀다.

블랙박스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곤지암’을 미국 영화로 개발할 수 있게 해준 쇼박스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한국은 우리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며, 현재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와 문화를 미국에 소개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CJ, 할리우드 제작사와 새 영화 공동제작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를 보도한 미국매체 데드라인.

단순히 리메이크를 넘어 할리우드와 손잡고 새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17일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CJ는 할리우드 제작사 어나니머스 콘텐츠와 새 영화를 공동 제작한다. 감소한 출산율로 줄어든 학생 대신 할머니들에게 글교육을 시작한 한국의 시골학교를 다룬 뉴욕타임즈 기사의 내용을 다룬다.

HBO 드라마 ‘배리’와 넷플릭스 시리즈 ‘러브’의 작가 겸 프로듀서인 한국 출신의 제이슨 김이 각색한다.

이처럼 한국 영화들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할리우드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경제적으로도 이익을 창출할 전망이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OTT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한국 콘텐츠 수요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기세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의 공백을 파고든 한국 영화들이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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