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레알 마드리드ㆍ바르셀로나 연상케 하는 전북ㆍ울산
2019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인 전북 현대(흰색 유니폼)와 울산 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프로축구 K리그1(1부)에서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두 팀의 양강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7라운드까지 치른 올 시즌 현재 두 팀은 나란히 리그 1위, 2위에 올라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해도 중상위권 팀과 승점에서 월등히 앞선 모습을 보여 일각에선 우승 싸움이 두 팀으로 압축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전북과 울산은 각각 6승 1패 승점 18, 5승 2무 승점 17로 리그 상위권에 올라 있다. 두 팀의 승점 차가 1에 불과해 사실상 선두 구분이 의미 없을 정도다. 두 현대가(家) 팀의 독주는 2020시즌 개막 전부터 예상됐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수준급 선수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했고, 기존 자원의 이탈을 최소한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전북은 김보경(31), 조규성(22), 무릴로(26ㆍ브라질), 라스 벨트비크(29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24경기에서 41골을 터뜨린 측면 공격 자원 로페즈(30ㆍ브라질)를 올 2월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으로 떠나보내고 이적료 600만 달러(약 73억 원)까지 챙겨 재정적인 안정도 꾀했다. 울산은 이청용(32), 조현우(29), 정승현(26), 윤빛가람(30), 비욘 존슨(29ㆍ노르웨이) 등을 데려오고 해외 리그 이적설이 불거진 공격수 주니오(34ㆍ브라질)를 지켰다. 전북과 울산은 이미 시작에 앞서 다른 팀과 비교도 안 되는 전력을 구성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두 팀의 독주는 올 시즌만의 일이 아니다. 2019시즌에도 초반부터 앞서나가더니 3위 그룹과 승점 차를 20 이상 벌렸다. 우승팀 전북과 준우승팀 울산이 기록한 최종 승점은 나란히 79다. 다득점 우위로 전북이 우승컵을 거머쥐어 결과의 차이만 있을 뿐, 성적의 차이는 없다. 아울러 당시 3위 FC서울과 4위 포항 스틸러스의 승점은 56에 불과했다. 두 팀의 압도적인 질주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이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둬 재정이 탄탄해 선수 영입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점은 점점 더 다른 팀과 전력 차를 벌어지게 한다. 7라운드밖에 치르지 않은 현 시점에서 성적이 증명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 막판까지 이어지면 올 시즌 우승 다툼도 지난해처럼 싱겁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레알 마드리드(흰색 유니폼)와 FC 바르셀로나는 라리가에서 양강 구도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트위터

양강이 리그 패권을 다투는 형국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라리가)와 흡사하다. 라리가는 20세기부터 각각 카스티야 지방과 카탈루냐 지방을 대표하는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의 양강 체제로 굳어져 왔다. 2000년대 들어 두 팀의 우승을 막은 팀은 데포르티보 라코루냐(1999­-2000), 발렌시아 CF(2001-­2002, 2003­-2004), 아틀레티코 마드리드(2013­-2014) 겨우 셋에 불과하다. 20년 동안 네 시즌을 제외한 16시즌을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가 독식했다. 이달 재개한 2019-2020시즌에도 바르셀로나(승점 64)와 레알 마드리드(승점 59)가 각각 1위, 2위에 올라 우승 경쟁을 벌인다.

전북과 울산의 독주가 이어지는 K리그1이 불균형 심각한 리그로 변질된 라리가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를 일이다. 평준화가 최대 강점이던 K리그1의 경쟁력이 사라진다면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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