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 중국 '에스윈' 부회장 입사 철회
기본 3~10배 연봉 제시에 혹하지만…토사구팽도 비일비재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 시스템반도체 기업 '에스윈' 부회장으로 입사하기로 했다가 철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최근 장원기 전(前)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 시스템반도체 기업 '에스윈' 부총리경리(부회장)으로 입사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외로의 전문 인력 유출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국 기업들은 동종업종 재취업 금지를 피하기 위해 투자 회사나 자회사에 취업시키는 형식으로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 기술 인재 유출에 대한 통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인재 확보를 위해 국내 반도체 업체 전·현직 임원들을 대상으로 3~10배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업체인 푸젠진화는 채용 공고를 내면서 '10년 이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자 우대'를 명시하기도 했다. 푸젠진화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삼두마차로, D램 전문 국영기업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2월 삼성전자는 D램 개발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김모 전 상무의 중국업체 이직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화면 제조를 맡았던 한 부장급 엔지니어가 중국 기업으로 이직을 시도했다가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 부장은 선박 업체에 취업했다는 채용 통지서를 내밀고, 2년간 동종 업계 경쟁사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퇴직했다.

그러나 해당 선박 회사는 폐업한 상태였고, 청두중광전과기유한공사(COE)와 근로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서약서상 전직 금지 대상이었던 중국 국영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650m 떨어진 곳에 있는 협력업체였다. 결국 수원지법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전직 금지를 결정했다.

▲전문인력 유출은 기업경쟁력 약화야기

반도체 전문 인력의 중국 유출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야기한다. 핵심기술 보유자의 경우 인력 유출로 인해 국내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민경제 발전에 저해를 가져온다.

2018년 삼성전자에서 D램 반도체의 나노미터 설계를 담당했던 A 전 상무는 삼성SDI 마케팅 담당으로 발령이 나고 몇개월 뒤 사표를 내고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허페이창신으로 이직했다. SK하이닉스에서 D램 제조그룹장을 역임한 B 상무도 2016년 허페이창신 설립 초기 영입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기술 유출 정황이 없어 법적 대응까지 가지 않았지만, 허페이창신은 A 전 상무 영입 2년 만에 D램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장비품목만 알아도 공정전체 알수도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핵심 인력 50명만 있으면 D램 제조 공정 구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장비를 어떤 제품을 쓰는지만 알아도 공정 전체의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어 한국과 중국간 기술력 격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파격적인 조건과 대우를 생각하면 단순 이직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고려해 허용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에스윈 입사를 철회한 장 전 사장은 "이미 현업을 떠난 지 오래고 삼성에서도 수년 전 퇴임해 인력·기술 유출과 무관한데 모국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 괴롭고 부담스럽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만 빼먹고 토사구팽될 수도

문제는 토사구팽처럼 노하우만 전수받고 해고를 당하는 임직원들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필요한 제조 공정에 맞는 '맞춤 인력'을 영입하는 편인데, 해당 기술 확보가 끝나면 업무를 안 주거나 해고를 한다는 것이다. 헤드헌터들은 처음에는 3년 보장에 2년 연장 등 장기 근로할 수 있다고 회유하지만, 이미 해외 유학파 중국인이나 대만 출신 임직원이 장악하고 있어 한국 인력이 승진할 기회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는 '인재의 블랙홀, 중국'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는 해외박사급 연구자와 글로벌 기업 임원급 인사에게 복수 비자, 별도의 퇴직금과 의료 보험을 지원해주는 혜택을 주고, 중국 기업도 자체적으로 파격적인 복지혜택을 주며 인재를 유치했다"며 "해외진출과 고속성장으로 인해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력 유출 방지와 인재 유치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며 "선진국 수준의 대우와 보수 합리적인 조직문화, 안정적인 일자리 및 연구비 확대, 자녀 교육과 주거비 등 복지 보장, 연구 기반 시설과 인프라 확충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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