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등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많아
괴산수력발전소. 해당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정부가 ‘그린 뉴딜’을 통해 친환경 산업을 지원한다고 선언했지만, 각종 낡은 규제가 사업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녹색성장 등 관련 산업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밝혔다. 기존 법령이 현실과 맞지 않아 사업 자체가 고사 위기에 처하는 등 각종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원자력·화석연료 발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그린 뉴딜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그린 뉴딜에 총 4639억원을 투자해 저탄소 녹색 산단 구축, 재생에너지 및 수소 확산기반 마련, 에너지 디지털화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산 지원 방안도 나왔는데, 발전분야에선 운영 효율화를 위해 태양광 통합운영 플랫폼, 해상풍력 O&M 플랫폼, 지능형 발전소 플랫폼 등 ICT 구축을 지원한다.

문제는 이런 정책의 대부분이 태양광 개발 및 해상풍력 인프라 지원에 국한돼 있고,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규제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전부터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정책’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전기사업법령에서는 태양에너지 및 연료전지와 관련한 규제만 완화해줘 다른 분야의 사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안전관리자 선임에 관한 법률이다. 현재 전기사업법 제73조에 따르면 발전용량이 20kW 이상의 풍력, 수력 등 전기사업용 발전설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1개소마다 전기안전관리자 1명을 선임해 상주하도록 해야 한다.

반면 태양광 발전설비의 경우 1MW 이상, 연료전지 발전설비는 300kW 이상의 발전시설을 운영할 때 선임하도록 하고 있고, 그 이하의 설비에서는 대행을 통한 안전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여러개소가 존재할 경우 1명의 전기안전관리자가 다수사업장을 겸임할 수도 있다.

전기안전관리자는 전기·기계·토목 분야별로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기술자격을 취득한 이로써 전기설비의 설치장소 또는 사업장에 근무하면서 전기설비의 순회·점검·검사·확인과 교육·지시·감독 등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한다.

이에 전기설비의 공사·유지 및 운용에 관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이지만, 태양광과 연료전지를 제외한 재생에너지 분야의 소규모 발전설비를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해 분야에 상관없이 발전용량 2MW까지는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이 아닌 대행을 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풍력발전 시설 /연합뉴스

소(小)수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서도 태양광이나 연료전지 발전사업에만 혜택으로 주고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 사업인 소규모 수력·풍력 분야에서는 기존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수력 발전시설을 운영하면 월 수익 80만원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전지안전관리자를 선임할 경우 최저임금만 계산해도 적자를 보게 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말 기준 발전수익단가는 168원으로, 20kW 설비용량을 갖춘 소수력 발전설비를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33%의 운영 효율에 따라 한달 기준 80만5500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하게 되면 올해 최저임금인 179만5310원 이상을 임금으로 지불해야 하고, 발전설비 유지관리비를 제외하더라도 98만9810원의 손해가 발생해 사업자로서는 발전설비를 운영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반면 안전관리 대행을 맡길 경우 100kW이하 발전설비에선 약 13만원 내에서 관리가 가능해지는 만큼, 소규모 에너지사업자들은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선임인 아닌 대행이 가능해야 재생에너지 사업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소수력 발전사업의 경우 발전사업 허가부터 준공검사까지 일련의 절차나 과정별 전기안전 장치 및 무인관리 시스템(자동차단 등)까지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전기안전관리자의 선임은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기안전관리자를 부득이하게 선임해야 한다면 발전 설비용량의 최소치를 1.5MW 수준으로 높여야 소규모 에너지사업자들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산업부가 ‘숭실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작성한 ‘전기안전관리자 선임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의하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태양에너지·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설비는 안전관리 대행범위를 확대해 주고 있으나,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안전관리대행이 허용되지 않아 효율적인 안전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맞물려 있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및 전기안전확보에 기여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거나 완화해야 향후 발전설비 분야에 있어서 신기술 개발이나 에너지생산 효율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아 강조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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