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통적인 은행업의 불투명한 미래...새로운 변화 속 충돌 이겨내야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의 영업점 판매를 두고 국민은행이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KB국민은행의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 ‘리브엠(Liiv M)’이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은행이 은행업 변화 속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리브엠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첫 번째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이 사업은 유심칩만 넣으면 공인인증서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은행과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가입자는 6만5000명에 이른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는 리브엠으로 인해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판매 채널을 비대면에서 일선 영업점으로 확대하는 것을 중심으로 리브엠 판매 핵심성과지표(KPI) 반영, 경영진 평가 도입 등이 쟁점이다.   

국민은행은 고령층과 미성년자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해선 영업점 판매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령층의 경우 비대면 채널을 통한 가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미성년자들은 신분증이 없어 영업점 가입만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리브엠 개통은 모바일과 인터넷 홈페이지, 리브엠 전용 콜센터 등 비대면으로만 이뤄지고 있지만 본인확인 등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와 미성년자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은행 노조는 업무 과다 등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기존 여·수신 업무에 알뜰폰 판매 업무까지 더해지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사측이 지난해 리브엠 출범 당시 영업점 판매가 아닌 비대면 판매를 전략으로 세웠던 점을 내세우고 있다. 

리브엠 판매 채널을 영업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KPI 반영, 경영진 평가 도입 여부도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노조는 리브엠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실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별로 지점 30~50개를 관할하는 지역영역그룹장이 바이오인증, 오픈뱅킹, 리브엠 등 디지털 전략 중에 리브엠을 선택할 경우 실적 압박이 현실화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노사의 다른 시각은 단순한 입장차가 아니라 은행업의 변화 속에서 노사가 충돌을 이겨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금융 산업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향후 혁신금융서비스 승인에 제동이 걸릴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혁신금융서비스 리브엠이 성공해야 다른 혁신금융서비스 승인이 원활히 진행된다는 분석이다.

리브엠은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가입자를 확보하고 이들의 데이터에 기반한 대출 상품 등으로 진화시킨다는 게 국민은행의 복안이다. 예대마진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은행업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전략인 셈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영업점은 3441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영업점 수  3525개 대비 84개가 줄어든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 100개가 넘는 영업점이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하면서 경제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은행들도 효율이 낮은 영업점을 우선적으로 정리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1분기 1.46%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62% 대비 0.16%p 떨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브엠은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성공적으로 사업이 정착해야 이후 다른 혁신금융서비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통적인 은행업으로는 미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이겨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이 변화 속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왼쪽 두 번째부터) 허인 KB국민은행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KB국민은행 제공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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