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인수작업 길어지면서 체불 임금 지급도 오리무중…끝모를 생활고 시달려
업계 "두 업체 입장차이 빠르게 좁혀야 바람직" 지적
이스타항공 노조가 18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건물 앞에서 ‘이스타항공노동자 4차 총력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호연 기자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문제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차질이 생기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스타항공 근로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인수로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제주항공도 난색을 표하면서 인수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명확한 결론은 내놓지 못하고 공돌리기를 반복하면서 거리로 내몰린 이스타항공 노동자의 숨통만 조여들고 있다.

2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과 이스타항공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건물 앞에 모여 ‘이스타항공노동자 4차 총력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스타항공노조 측은 가장 큰 책임은 직원들의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매각에만 집중한 실질적 오너 이상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상직 의원과 이스타항공 경영진을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자본논리만을 앞세워 인수 작업에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는 두 회사도 비판했다.

노조 측은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부터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로 임금 지급을 미룬 이스타항공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체불 임금을 떠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를 이유로 매각대금에서 체불임금을 제외하자고 선을 그으며 문제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각의 자본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행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달 딜 클로징(종료)를 앞두고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2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발행 주식 총수를 1억주에서 1억5000만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안과 신규 이사 3명 선임, 신규 감사 1명 선임 안건 등을 상정한다.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인수 작업을 재촉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상정되는 신규 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은 계약상 제주항공이 지명하는 인물을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수차례 후보자 명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주총 개최를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계약서상 명시된 조건들이 일부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를 완료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사와 감사 후보를 추천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비공개인 계약서상의 조항이 충족되고 기업결합심사 등을 거치면서 절차대로 이스타항공 인수할 예정이다”며 “최대한 절차를 준수해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감 있는 행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두 회사가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노동자는 구조조정과 인원감축 등으로 기약 없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인수 작업이 시간을 끌수록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상처만 깊어진다”며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당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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