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윤수로 (사)대한바둑협회 회장 인터뷰

[한스경제=마재완 기자] 지구촌 격변을 유발할 또 하나의 트리거, 코로나19 위기감이 여전하다.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에 닥친 위기라고 하지만 인류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며 진화를 준비 중이다. '언택트(untact) 시대'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는 미래를 선도하려는 지구촌의 움직임이 치열하다. 이러한 치열함은 국가와 사회,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스포츠 세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대면 시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상상을 초월하는 가운데 새로운 강자가 부상하고 있다. 

바로 “배우기 어렵다”는 바둑이 주인공이다. 바둑은 코로나19 사태 도래하기 앞서 이미 온라인을 매개로 한 사이버오로, 한게임 등이 비대면 상업화에 성공했고, 바둑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인터넷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어찌보면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시대에 가장 최적화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조훈현부터 이창호, 이세돌, 최정, 신진서로 이어지는 프로기사들의 무용담은 바둑을 모르는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도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특히 2016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 사이에 이루어진 역사적인 대국은  바둑이 미래 산업과 닿아있음을 입증했다.

또 19줄의 전장에서 반(半) 집을 남기기 위한 사투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의 치열함을 무척이나 닮아 시대정신까지 담아내고 있다. 한스경제는 지난 8일 1000만 바둑동호인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 중인  윤수로(55) 대한바둑협회 회장을 만나 바둑계 현안과 방향성, 대한바둑협회의 비전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윤수로 대한바둑협회 회장

대한바둑협회는 바둑을 좋아하는 바둑인이 모인 단체다. 윤 회장은 프로가 주축이 된 한국기원과는 달리 아마추어와 일반 동호인을 중심으로 구성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개방성이 대한바둑협회의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대한바둑협회는 대한체육회 55번째 정식 가맹단체다. 바둑이 전국체전 및 소년체전 정식 종목이기 때문에 이제는 스포츠협회로서 위상도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문화관광부장관배, 대한체육회장배 등 정부기관의 공식 대회를 주관함으로써 명실상부 대한민국 아마추어 바둑계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았다. 또 바둑지도사, 코치, 심판 등 자격증 발급 과정을 통해 각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고 엄격한 단·급증을 발급으로 체계적 바둑보급에 나서고 있다.

윤 회장은 프로기사 양성과 프로대회 활성화에 진력하는 한국기원과 달리 바둑을 사랑하는 동호인이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미래지향적 조직을 지향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소통과 화합, 그리고 바둑의 미래

윤 회장은 2019년 2월 보궐 선거를 통해 대한바둑협회 회장에 취임한 후 짧은 시간 동안 바둑계 화합에 집중하면서도 굵직한 성과를 쌓아왔다.

윤 회장은 “한국기원과 함께 제1회 대통령배 바둑대회를 개최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뿌듯한 일”이라며 “바둑연대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바둑인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성과를 꼽는다.

평소에도 스포츠를 즐기는 윤 회장은 등산, 바둑응모 등을 통해 바둑인 모두와 ‘소통’을 강조해왔다. 취임 이후에는 17개 시도를 직접 방문해 격 없이 의견을 나누는 등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려 힘써온 점은 바둑계 내외에서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한국바둑협동조합’, 해결 과정

윤 회장은 충분한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언론이 제기한 ‘한국바둑협동조합’ 문제로 대한바둑협회의 성과와 위상이 왜곡되는 상황에 무척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1000만 동호인 달성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대한바둑협회가 내홍을 겪는 것처럼 알려져 협회 발전의 추동력이 약화될까 노심초사해 했다.

윤 회장은 ‘한국바둑협동조합’ 시비와 관련 “해당 조합은 2018년 12월 일부 바둑인과 제 지인이 힘을 합쳐 바둑 대중화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라며 “결성 후 며칠 뒤 전임 회장의 사퇴로 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협회 규정상 두 단체 중복 활동이 어려워 조합은 해산 절차를 밟게 됐다”는 과정을 설명했다. 

조합 결성 며칠 뒤인 지난 해 1월 중순, 당시 신모 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고 당시 조합 이사장이었던 윤 회장이 보궐 선거를 통해 회장에 당선됐으며 이어 다음 달 조합원들에게 50만원씩 지급한 사실은 확인된다. 이후 대한바둑협회 규정에 의거 ‘한국바둑협동조합’에서 손을 떼야하는 상황이 됐고 이에 조합은 제대로 된 활동 시작도 못한 채 해산 절차를 밟게 됐다는 설명도 이해된다.

윤 회장은 “(한국바둑협동조합) 해산 절차에 시간이 걸려 지급이 늦어진 것일 뿐, 서류 절차가 마무리 되는대로 첫 출자금 100만원을 모든 조합원에게 환급할 것”이라고 확언하며 세간에 알려진 것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해결과정에 있는 조직의 사소한 문제를 마치 비리가 있었던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알면서도 혼란을 야기한 특정 세력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으로서 그동안 상당한 사비를 들여 협회 발전을 이끌어왔으며 앞으로도 협회와 1000만 바둑 동호인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바둑진흥법 제정에서 멈추면 안 돼

윤 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조훈현 전 국회의원이다. 21대 총선 불출마로 4년간의 의정생활을 끝내고 최근 바둑계로 돌아 온 조훈현 전 의원은 ‘정치인 조훈현’보다는 ‘조훈현 9단’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운 바둑계의 전설이다.  조 9단은 국내 통산 최다 타이틀(160회) 및 세계 통산 최다승(1949승) 기록을 세웠고 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 바둑인의 숙원인 ‘바둑진흥법’을 통과시키는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

바둑진흥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바둑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바둑육성에 대한 지원에 나서도록 한 법률이다. 전국 245개 지방자치단체가 하위법인 바둑진흥조례를 제정, 예산지원이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윤 회장은 “대한민국 바둑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으며 특히 11월 5일을 ‘바둑의 날’로 지정하는 등 구체적 비전이 제시된 점은 정말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조 전 의원이 바둑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룩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바둑진흥법 제정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첨언도 잊지 않았다. 

윤 회장은 이날 대담에서 “법안이 정책에 적절히 녹아들어 바둑 전문인력 양성과 전용 경기장 조성, 바둑단체 지원 확대 등 실질적 정책으로 시행 돼야한다”라고 반복·강조했다.

바둑진흥법 제정 이후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은 문체부와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바둑진흥기본계획’을 수립,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바둑협회는 이러한 계획에 탄력을 더하기 위한 각 지자체 별 바둑진흥조례 마련을 위해 박차를 가한다. 이미 17개 광역시와 15개 지자체에선 통과된 상황이므로 협회와 지자체 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나갈 방침이다.
 
‘포스트 코로나’ 바둑이 모범보일 것

전 세계 스포츠계가 코로나19 융단폭격을 맞으며 멈춰 섰지만 바둑만은 예외다.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은 경기 중단을 넘어서서 재정 악화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바둑은 오히려 기회를 맞았다. 대면 접촉 없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경기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포스트코로나’에 걸맞은 미래 산업으로 평가된다.

윤 회장은 “상반기에 열린 LG배 세계대회와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 내셔널리그 등은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경기를 무사히 잘 마쳤다”라며 “하반기에 계획된 새로운 리그 경기들도 방역에 신경 써 철저히 준비 중으로 모두가 움츠러드는 상황에서 바둑이 코로나19 극복 모범 사례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난관 극복을 위한 바둑계 합심이 가장 중요

장밋빛 미래와 달리 바둑계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윤 회장도 많은 바둑 종사자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음을 인지하고 대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바둑계는 코로나19 사태로 방과 후 바둑교육, 바둑학원, 심지어 기원까지 모든 바둑계 종사자들이 자연재해 수준의 생계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여러 정책에 관련해 보다 적극적이며 열린 자세로 바둑인, 체육인들의 의견을 모아 난국을 슬기롭게 돌파할 생각”이라며 “일단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에 나설 예정으로, 먼저 줄어든 바둑대회를 부활시키는 데 사활을 걸 계획”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실제 대한바둑협회는 코로나19로 제한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일부 지역협회와 지자체 간 유치원 바둑보급 사업의 지원에 나섰다. 더불어 ‘바둑인 마을’, ‘바둑연수원 건립’ 등을 추진해 지역 맞춤형 바둑보급 사업에 진력하고 있다. 

풀뿌리 바둑문화 정착도 진행되고 있다. 협회는 바둑인이 자기가 사는 곳마다 협회를 결성하고 바둑진흥조례를 통과시키는 노력을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바둑이 올림픽종목에까지 입성해 주력 스포츠 종목으로 올라설 수 있게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윤 회장은 대담을 마무리하며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바둑과 바둑인을 우선으로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대담=김진호 부사장, 정리=마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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