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팬들에게 응원팀의 성적은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응원팀이 잘 나가면 살 맛이 나다가도, 부진에 빠질 때면 분노와 우울을 느끼게 된다. 열렬한 팬일수록 야구가 삶에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다.

◇'엘롯기', 팬들 스트레스도 높아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가 많은 팀들로 꼽히는 이른바 '엘롯기(LG 롯데 KIA)'의 팬들이 응원팀 성적 저조 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순위는 KIA(50.0%), 롯데(46.0%), LG(46.0%)로 이어졌다. 2008년 이후 가을야구에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전국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화 팬들이 44.0%로 그 뒤를 잇는다. 이들 팀 모두 전체 평균 41.0%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건 이 항목 상위권에는 최근 5강 싸움에 한창인 팀들이 대거 포진됐다는 점이다. 8월 조사 기간 당시 KIA와 LG, 롯데, 한화가 각각 5~8위의 평균 순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순위가 요동을 칠 만큼 치열한 가을야구 티켓 경쟁을 벌이는 사이, 팀 성적이 떨어지면 팬들의 스트레스도 더 올라가는 셈이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올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삼성 팬(32.0%)들은 응원팀 성적 저조에 스트레스를 가장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43.7%)이 여성(35.2%) 보다 응원팀 성적으로 인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야구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43.2%)이 그렇지 않은 사람(21.6%)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우나 고우나 '내 팀'

팬들에게 응원팀은 '자식'과도 같다는 말이 있다. 성적이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다른 팀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팬들의 이러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성적이 저조할 때 응원팀을 변경할 것이라는 대답은 평균 3.2%에 그쳤다. 넥센과 두산, 한화는 모두 0%에 그쳤고 NC는 2.0%, 삼성과 LG, KIA는 각각 4.0%를 기록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응원팀을 바꿀 것 같다는 답이 가장 많이 나온 구단은 롯데와 kt, SK로 각각 6.0%씩을 기록했다.

응원팀의 성적이 저조하더라도 팀을 바꾸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은 평균 84.4%에 달했다, NC 팬들이 90.0%로 가장 높았고, KIA와 두산이 각각 88.0%로 뒤를 이었다. 반면 SK 팬들은 성적이 떨어져도 응원팀을 바꾸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 74.0%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았고, ‘지금은 잘 모르겠다’는 팬도 20.0% 있었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한국스포츠경제 의뢰로 닐슨코리아에서 지난 8월8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 서베이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응원하는 야구팀이 있으면서 2016년 1회 이상 야구장을 방문했거나 TV, 모바일 등을 통해 주 1회 이상 야구 경기를 관람한 사람이며, 표본수는 500명(응원구단별 50명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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