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대웅 기자] 1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모터스포츠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분류된 인기 종목이다. 국내에선 1982년 서울 잠실에서 16명이 참가한 자동차 대회가 시초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낯선 종목이 바로 모터스포츠다. 20~21일 전남 영암군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서 올 시즌 국내 모터스포츠의 시작을 알리는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챔피언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무관중으로 열렸다. 2007년 대회 출범 후 올해 100번째 경주를 펼치는 슈퍼레이스를 맞아 그동안 알지 못했던 모터스포츠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배기량 6200cc, 경차 50배에 달하는 460마력의 엄청난 엔진이 내뿜는 배기음으로 서킷을 내달리는 경주차의 질주는 보는 이들의 심장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1톤이 넘는 차량이 최고 시속 300km를 자랑하며 단 3.4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해 직선 주로를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달려 나갈 때 환화와 감탄이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안전'을 등한시 하지도 않는다. 2008년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챔피언십에 '슈퍼6000클래스'가 채택된 이후 사고로 사망한 드라이버는 '0명'이다. 속도와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한 레이싱카를 ‘스톡카’(Stock Car) 라고 한다.

가벼울수록 빨리 달린다. 그래서인지 스톡카 내부는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에어컨, 오디오 등 편의시설은 없다. 심지어 조수석도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무게를 줄일 수도 없다. 슈퍼레이스의 최소 중량은 1140kg이다. 지나친 무게 감축 경쟁으로 사고가 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스톡카의 핵심은 단연 엔진이다. 올해 슈퍼레이스는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GM LS3-6.2리터 V8엔진을 레이싱에 맞게 개조했다. 출력은 460hp에 5900rpm이며 최고회전수는 7000rpm에 최대토크 59.2kgfm이다. 엔진의 잠재력을 최대치까지 끌어 극한의 속도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스톡카의 섀시(자동차의 기본 차대)에는 알루미늄보다 강도가 3배 높고 티타늄보다도 2배 더 단단한 크롬몰리브덴강을 적용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쇠기둥이 마치 케이지처럼 드라이버를 보호한다. 탄성과 충격 흡수력 역시 뛰어나 강한 충격에도 빠르게 복원된다. 여기에 운전석과 버킷시트가 드라이버를 감싼다. 6점식 안전벨트는 일반적으로 어깨와 허리를 감싸는 3점식 안전벨트보다 양 어깨와 허리, 양 사타구니를 조이며 안전성을 높였다. 스톡카가 전복되더라도 드라이버가 튕겨 나가지 않는다. 

조수석이 있어야 할 자리엔 소화기가 있다. 일반적인 분말 소화기가 아닌 기름이나 화학 약품을 끄는 데 특화된 거품 소화기다. 소화기에는 6개의 관이 달려 있다. 이 관은 엔진룸, 연료탱크 등 불이 붙기 쉬운 곳과 연결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 화재 때 차량 내부 버튼을 누르거나 외부의 고리를 당기면 거품이 분사된다. 

엔진은 2중 구조로 제작된다. 탱크 바깥과 안쪽 사이에 충격 완화재를 채운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이 내부로 전해지지 않도록 해 충돌 폭발을 막기 위해서다. 국내 레이싱 대회 중 2중 구조 연료탱크를 적용한 레이싱은 슈퍼6000 클래스가 유일하다. 창은 유리 대신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었다. 가볍고 단단한 폴리카보네이트는 강화유리보다 충격에 150배 강하다. 카울(차량 덮개)는 대회 공식 후원 업체의 모델을 쓴다. 2020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챔피언십은 토요타의 GR수프라를 공식 카울로 채택했다.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영암)=박대웅 기자 bdu@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