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20일 올드유니폼 데이를 개최하고 레전드 김봉연과 문희수를 초청했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KIA 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린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KIA는 이날 경기를 ‘올드 유니폼 데이’로 정하고 타이거즈 왕조를 상징하는 ‘검빨 유니폼(검정색 하의에 빨간색 상의)’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검빨 유니폼은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의 원정 유니폼이다. 1980~1990년대 프로야구 최강팀으로 군림한 해태 왕조의 상징이다. 해태는 한국시리즈에 9차례 진출해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모두 정상에 올랐다. 다른 팀 선수들과 팬에게 검빨 유니폼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해태라는 팀은 KIA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검빨 유니폼은 여전히 프로야구 역사에서 가장 강렬했던 상징으로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검빨 유니폼은 타이거즈 팬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KIA는 2011년과 2013년에도 올드 유니폼 데이를 개최해 검빨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검빨 유니폼 재출시를 손꼽아 기다린 KIA 팬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선수들이 착용하는 유니폼과 동일한 어센틱 제품은 벌써 3차 판매를 진행하고 있고, 레플리카 유니폼도 2차 판매 중이다. KIA 구단은 ‘레트로 시리즈, 레전드 타이거즈’라는 타이틀을 달고 필름카메라, 휴대폰케이스 등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굿즈도 함께 출시했다. KIA 타이거즈 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조민제 케이엔코리아 부장은 21일 본지에 “팬들이 야구장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화제가 될 만한 이벤트를 고민하다 올드 유니폼 데이를 기획하게 됐다. KIA 구단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줘서 진행할 수 있었다. 팬들이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해태 유니폼을 모티브로 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20일 경기에서 선수들이 검빨 유니폼을 착용한 것을 본 팬들은 “검빨 유니폼의 힘이다”, “검빨 유니폼을 입으니 더 강해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환호했다. 이날 KIA는 유민상(31)의 만루홈런을 앞세워 6-3으로 승리했다. 유민상은 1984년부터 2년간 해태에서 뛴 아버지 유승안(64) 전 경찰야구단 감독처럼 검빨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했다. 

‘레트로(복고풍)’는 최근 우리 사회의 대세로 떠올랐다.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다시 꺼내 그 향수를 느끼는 것을 뜻한다. 검빨 유니폼도 이른바 타이거즈 팬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했다고 할 수 있다.

유니폼은 단순한 경기복이 아니다. 팬들과 함께 스토리를 공유하는 소중한 매개체다. KBO 리그 구단들이 기존의 홈-원정 유니폼 외에 올드 유니폼, 스페셜 유니폼 등 다양한 유니폼을 제작하는 이유다.

특히 올드 유니폼은 팀의 역사와 추억 자부심을 팬들과 공유하는 특별한 선물이다. KIA 외에도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 등 여러 구단이 정기적으로 올드 유니폼 데이를 개최한다. 프로 원년 이후 팀 명칭이 바뀌지 않은 유이한 팀인 삼성과 롯데는 함께 올드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를 치르는 ‘클래식 시리즈’를 개최한다. 

SK는 지난 2000년 인천이 연고였던 원년 팀 삼미 슈퍼스타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꿈★의 유니폼’을 제작했다. 현재는 인천군(仁川軍) 유니폼을 입는다. 인천은 ‘한국 야구의 발상지’로 꼽히는 곳이다. SK는 1947년 도시대항대회에 참가해 우승한 인천군 야구단을 기리기 위해 유니폼을 제작했다. 2015년부터 일요일 홈 경기마다 인천군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 인천군은 SK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유니폼이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올드 유니폼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류현진(33)의 소속팀인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올해 초 1970년대 토론토가 창단했을 당시를 연상시키는 레트로풍의 ‘뉴블루’ 유니폼을 출시했다. 지금은 KBO 리그로 돌아온 오승환(38ㆍ삼성)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던 2016년 하늘색의 올드 유니폼을 입었다. 

KBO 리그의 역사가 깊어지면서 각종 스토리들도 겹겹이 쌓이고 있다. 올드 유니폼 데이 등 팬들의 추억을 소환하고 자부심을 일깨워주는 ‘레트로 마케팅’은 리그 흥행과 발전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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