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종기.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화수분 야구’의 진면목이 빛난다. ‘디펜딩 챔프’ 두산 베어스가 이 만큼 강한 잇몸을 앞세워 고난의 6월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두산은 ‘부상 병동’이다. 6월 들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다. 마운드에선 선발진의 핵인 선발 투수 이용찬(31)이 오른쪽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시즌 아웃됐다. 외인 크리스 플렉센(26)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뛰었다. 20일 LG 트윈스와 경기 도중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된 베테랑 불펜 투수 이현승(37)은 2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타선은 더 심각하다. 허경민(30)은 새끼손가락 미세 골절, 오재원(35)은 햄스트링 부상, 오재일(34)은 옆구리 통증으로 이탈했다. 주전 유격수인 김재호(35)와 박세혁(30)도 각각 왼쪽 어깨 통증과 무릎 통증 때문에 19일 LG전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개막 전 압도적인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은 두산이지만, 부상에는 장사 없었다. 1.5군 전력으로 경기를 치른 두산은 14일 한화 이글스와 서스펜디드경기부터 17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4연패를 떠안았다. ‘위기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가 빠진’ 두산은 잇몸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반강제로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강점인 두꺼운 선수층을 앞세워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두산은 19~20일 LG 트윈스와 경기를 모두 잡고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19일 LG와 주말 3연전 첫 경기 선발로 나선 이영하(23)가 3.2이닝 9안타 3볼넷 4탈삼진 7실점(7자책)으로 무너졌지만, 이적생 홍건희(28)가 팀을 구해냈다. 이날 2.2이닝 2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18-10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4연패를 끊었고, 20일 경기 선발로 대체 선발 박종기(25)를 내세웠다. 박종기는 이날 6이닝 4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도 8-2로 승리해 데뷔 첫 선발승을 수확했다. 2013년 육성선수 신분으로 두산에 입단해 프로 입단 7년 만에 감격의 선발승을 올렸다. 이들 외에도 또 다른 대체 선발인 최원준(26)도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올 시즌 첫 선발 투수로 등판해 5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승리를 챙긴 바 있다.

타선에서도 잇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백업 외야수 국해성(31)은 20일 LG전에서 쐐기 투런 홈런 등 3타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1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유찬(22)이 5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고, 9번 타자(1루수) 권민석(21)도 2안타를 치면서 하위타선의 활력소 노릇을 톡톡히 했다.

두산은 위기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임시 선발투수와 백업 야수들이 기대치를 뛰어넘으며 1군 자원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김태형(53) 두산 감독은 “백업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다. 비주전 선수일지라도 똑같은 1군 선수라고 생각하고 끈질기고 절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물론 기회를 살린다고 바로 주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가능성과 야구를 향한 자세, 절실함을 보여준다면 감독은 다시 그 선수에게 기회를 주게 돼 있다. 비슷한 기량이라면 더 절실한 선수를 쓰고 싶어진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주전 3루수 허경민이 23일 복귀한다. 다른 부상병들도 속속 복귀할 예정이다. ‘잇몸 야구’로 6월을 잘 버틴다면 7월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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