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경기. 우승자 유소연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유소연(30)이 무려 5개 국가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유소연은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ㆍ6929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2번째 메이저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엮어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낸 유소연은 김효주(11언더파 277타)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2억5000만 원과 함께 부상인 신형 카니발을 거머쥐었다.

◆18번홀 침착했던 벙커 샷

유소연은 지난 2018년 6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에서 통산 6승을 기록한 이후 2년 만에 정상 고지를 밟았다.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5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이후 4년 10개월 만이다. 그의 KLPGA 투어 통산 우승은 10승으로 늘었다.

유소연에게 한국여자오픈은 남다른 기억이 있는 대회다. 그는 2008년 이 대회에서 신지애(32)와 3차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앞서 2009년 중국여자오픈, 2011년 US여자오픈, 2014년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2018년 일본여자오픈에서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쥔 유소연은 마침내 한국에서도 영예를 안았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유소연은 전반 9번홀(파4)부터 김효주(25)와 1타 차 승부를 벌였다. 18번홀(파4) 마지막 퍼트를 할 때까지 승부는 예측 불가였다. 유소연과 김효주는 18번홀 세컨드 샷을 모두 벙커에 빠뜨렸다. 먼저 친 김효주는 그린 왼쪽 홀 앞 벙커에, 유소연은 그린 왼쪽 홀 뒤 벙커에 공이 빠졌다. 유소연은 라이가 내리막 경사에 있었고, 중심을 왼쪽에 놓은 채 벙커 샷을 시도했는데 성공적으로 홀컵에 붙였다. 그로 인해 결국 김효주의 추격을 1타 차로 뿌리칠 수 있었다.

현장을 찾은 박세리(43) SBS 골프 해설위원은 “마지막 벙커 샷이 완벽했다. 오후라 그린이 빠르지 않았던 것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유소연의 승부처를 돌아봤다. 박세리 위원은 “유소연은 오늘 코스를 완벽하게 공략하는 법을 보여줬다. 마지막 날이었지만 침착하게 한 홀 한 홀을 대했다. 그 동안 많은 경험을 한 모습이 묻어난다”고 평가했다. 김재열(60) SBS 골프 해설위원 역시 “유소연이 ‘메이저대회는 욕심내지 않는 게 공략법이다’라는 말을 했다”며 “경기를 4개월간 하지 못했는데도 바로 우승했다”고 놀라워했다.

◆2008년 대회 ‘한(恨)’ 풀었다

유소연은 경기 후 “후반에 버디가 절실했다. 다만 ‘우승을 하게 될 것 같으면 어떻게든 우승하게 되겠지’라고 마음을 내려놨다. 제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좋은 전략이라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대회를 치르기 전에 욕심 많이 없었다.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더 걱정되는 게 18홀 완주였을 정도로 최근 실전 대회를 경험하지 못했다. 기대감이 없었던 게 잘 한 원동력이었다. 지난 2월에 한 2개 대회에서 좋은 감각을 유지했는데 이번에도 그 자신감이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5번째 내셔널 타이틀 대회 우승과 관련해선 “한국 내셔널 타이틀 우승은 없어서 아쉬웠다. 2008년 대회는 커리어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는 우승해서 그 대회를 웃으며 돌아볼 수 있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유소연은 어렵게 얻은 상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기자회견장에 모인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그는 “기부는 어제 밤에 생각했다. 어머니도 흔쾌히 받아주셨다. 뭔가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 속에서 열리고 있는 KLPGA 투어 대회들은 저처럼 (L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에겐 보너스와 같다. 주최 측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애쓰시고 계신데 기부금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일정을 두고는 “이 대회를 기점으로 많은 부분을 결정하려 했다. 경기 감각이 좋다는 결론을 얻긴 했지만 대회를 치르며 잘했던 점과 보완해야 할 점도 느꼈다. 일단 오늘은 즐기고 추후 여러 부분을 고민할 생각이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최혜진(21)은 이날 2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 279타 단독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유소연, 김효주와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벌인 오지현(24)은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세계랭킹 6위 김세영(27)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이븐파를 쳐 합계 6언더파 282타로 6위에 포진했다. 세계랭킹 10위인 ‘핫식스’ 이정은(24)은 박지영(24), 박민지(22), 유해란(19) 등 4명과 함께 공동 9위(4언더파 284타) 그룹을 형성했다.

인천=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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