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준이 불명확해 업계 '혼선'... 환경부, 개정안 재검토 및 도입시기 논의 예정
재포장금지 사례에 해당하는 제품 / 환경부 제공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환경부가 유통 폐기물을 줄인다는 취지로 도입한 ‘재포장금지’ 개정안이 대내외적인 논란에 부딪혔다. 개정안이 내포하는 재포장 금지 범위와 포장금지가 묶음 할안을 금지하는 것인지에 대한 혼선이 생기자, 환경부는 한발 물러나 정책을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다음달 1일부터 '제품의 포장 재질·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하 포장 규칙)' 개정안 실행을 앞두고 있다. 해당 규칙은 지난 1월 29일 개정·공표된 제품의 과대 포장을 방지하기 위한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으로 제품 판촉을 위한 1+1, 묶음 상품 등 불필요한 비닐 재포장 퇴출, 소형·휴대용 전자제품류에 대한 포장방법에 관한 기준을 담고 있다.

재포장금지 개정안이 실행되면 앞으로 유통업계는 제품을 비닐이나 종이 박스로 묶어서 1+1, 2+1으로 제공하는 판매를 할 수 없게 된다. 할인을 위해 제품을 테이프용 띠지로 묶어서 판매는 가능하다. 종이팩에 담긴 우유를 비닐에 담아 판매하는 것은 불가하지만 우유를 테이프용 띠지로 묶는다면 판매할 수 있다. 편의점처럼 낱개로 증정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환경부는 “생활폐기물 중 포장 폐기물이 35%나 해당될 만큼 폐기물 처리 문제는 사회적 이슈다”라면서 “제품의 유통?판매과정에서 과도하게 발생하는 유통 포장재를 줄이고자 했다”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묶음포장으로 재포장 금지에 해당하는 사례 /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제시한 재포장 개선 사례 / 환경부 제공

개정안 앞두고 ‘우왕좌왕’

다만 개정안 시행과 관련해 환경부가 명확한 기준을 내리지 않아 진행 과정에서 혼란이 생겼다. 앞서 환경부는 업계관계자들과 만남에서 CJ제일제당 '맛밤 박스', 샘표 '연두 2묶음' 등 묶음행사를 금지 사례로 포함했다. 이후 원칙적으로 재포장은 금지되지만, 공장에서부터 재포장되어 나온 제품은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혼선이 생겼다.

예를 들어 공장 단계에서부터 개별 라면봉지를 다시 한 봉지로 담아 4+1, 5+1로 출고되는 라면 묶음 번들은 규정 위반 대상이 아니다. 맥주 캔을 6개들이 박스로 판매하는 것도 본래부터 판촉용으로 묶어서 포장하기 때문에 역시 위반 대상이 아니다. 똑같은 재포장 제품이지만 공장에서 종합제품형식으로 출고되느냐 마트에서 재포장되느냐에 따라 규제 적용이 모호하다. 환경부가 제시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식품업계에서도 개정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공장에서 종합제품형식으로 출고되는 제품에도 재포장 비닐이 엄청 들어가고, 할인판매용 띠지나 테이프도 폐기물이지 않느냐"라면서 "처음엔 띠지 같은 것도 금지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기준이 애매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장에 개입하는 환경부의 규제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유를 비닐봉지에 담는 포장형태는 우유를 낱개 개별 팩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소비자 편의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별도의 장바구니가 없어도 팔에 물건을 한가득 껴안을 필요 없이 손쉽게 한손으로 손잡이를 들고 다닐 수 있어서다. 재포장 금지법 도입 시 매출 판촉행사가 위축되고, 결국 정부차원에서 가격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소비자 편의성을 높인 제품을 규제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납득이 안 간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개정안 규칙을 재검토하고 관련 이들의 의견을 고려해 방법이나 제도 시행 시기 등을 다시 발표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환경부는 “시행 초기 국민의 불편이 없도록 하고 업계의 제도 안착을 위해 일정 기간 계도기간을 갖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라면서 “관련 업계와 지속적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시행 개정안은) 그동안 판매해왔던 판촉 방식을 전면 수정하는 것으로, 유예기간이 부족해 난감 했었다”라면서 “환경부가 재검토를 한다고 하니 앞으로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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