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용, 구광모, 최태원 등과 잇단 회동... 미래기술 확보 통해 공급선 다변화 추진
제품을 받는 완성차 입장에서 기술을 선 공유... LG, SK 이어 삼성과도 협력 강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한스경제=고혜진 기자, 김호연 기자]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잇따라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 LG, SK그룹의 생산현장을 찾아 시장선점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나섰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배터리 삼각동맹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러한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현대차가 미래 전기차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 올라설 전망이다.

중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빠르게 친환경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로 재편되고 있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제품공급 안정화를 꾀할 필요가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이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업체들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관측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날 충북에 위치한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했다. 오창공장은 LG화학의 국내 배터리 핵심 생산기지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본 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회동 이후 한달 여 만에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조우한 셈이다. 

이 부회장과의 만남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800㎞에 이르는 전고체 배터리 전지 개발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LG화학과의 협력도 이와 관련한 내용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현재 1회 충전에 400㎞를 넘어서는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GM의 쉐보레 볼트가 1회 충전에 414㎞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 코나가 380㎞를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는 완성차업체가 직접 성능을 인증하는데 업체별로 인증기준에 따라 20~30㎞의 편차가 발생한다.

이날 진행된 정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만남에서는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자리했다. 

LG그룹은 구 회장을 비롯해 권영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 그룹 경영진은 미래 배터리 관심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LG화학 오창공장의 배터리 생산 라인과 선행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와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LG화학 배터리를 적용해 왔다.

이와 함께 2022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을 선정하고 최상의 성능 확보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E-GMP’ 기반의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탑재될 LG화학 제품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로 전기차 전용 모델의 특장점들과 시너지를 창출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전망이다.

지난 1월 2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유럽 등 시장 선점 위해 공급선 다각화 필수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본격적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고성능·고효율 배터리 확보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가들이 이미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품질 낮은 배터리 제품을 사용하면 시장에서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 6.6%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국내외 누적 27만여 대를 판매했다. 올 1분기에는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2만4116대를 판매해 4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시장점유율은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이 신차에 이산화탄소 배출허용량을 기존 130g/㎞에서 95g/㎞으로 제한하면서 전기차 판매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에서 이산화탄소 배출허용량을 초과할 경우 완성차 기업은 1g/㎞마다 95유로(한화 약 13만원)의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2023년에는 배출허용량 기준을 62g/㎞, 2050년에는 10g/㎞으로 낮춰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배기가스 배출량이 높은 디젤차량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는 내년 글로벌 전기차 규모가 약 250만대에서 2025년 1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배터리 시장 규모도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 역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를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 약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사진 오른쪽)은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방문해 미래 전기차45 전략을 직접 발표했다. 토마스 쉬미에라(Thomas Schemera) 현대차 상품본부 부사장,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전무), 정범구 주독일 대사 등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현대차

정의선, 시장혜안으로 지배적 사업자 등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회장과도 만남이 예정돼 있다. 공급선 다변화 전략을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복안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해 온 업체는 LG화학이 유일했다. 최근 들어 SK이노베이션 제품도 탑재해 공급망 다각화가 이뤄진 셈이다. 기술적 문제점이 있지만 차량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체제를 갖추면 삼성도 배터리제품 공급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 그동안 사용했던 파우치형 배터리는 국내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서 생산하고 있고 삼성SDI는 캔형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더 많은 공급망을 갖추는 다각화가 실현되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청신호가 켜진다. 원재료 공급으로 인해 업체 중 하나가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공급망을 다각화하면 리스크도 줄고 수급 안정성도 높아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여기에 지난 2018년부터 배터리 기술개발에 공을 들여온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현대차는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인 아이오닉 머티리얼스와 솔리드파워에 집중 투자를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가 배터리 개발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삼성SDI까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이전할 경우 공급망 다각화를 통한 합종연횡에서 현대차가 게임체인저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기존에 배터리를 공급받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기술력 확보에 뛰어든 것을 보면 게임체인저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라며 “그동안 LG나 SK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았지만 삼성까지 협력모델로 만들어 다각화 실현한 것은 미래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라고 볼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혜진 기자,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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