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계 일각, "2017년부터 이어진 사법리스크로 경영 위기" 우려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3일 생일을 맞이하지만 잠시도 맘 편히 보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6일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참석을 위한 만반의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968년 6월 23일생으로 내일이면 만 52세 생일을 맞이하지만 2014년 5월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총수로서 삼성전자를 이끄는 동안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통 생일에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일정을 준비하지만 기업의 총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 부회장에겐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리스크들로 인해 바쁘게 보내는 날이 더 많다.

이 부회장은 올해도 재판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생일을 맞아 모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등 가족과 함께 조촐한 식사를 하거나 삼성서울병원에서 와병 중인 부친을 만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 타당성을 판단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오는 26일 열린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한차례 위기를 넘기기도 했지만 아직 기소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이 부회장의 심리적 부담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4년 생일날은 아버지인 이 회장이 쓰러진 직후였기 때문에 모든 일정을 접고 매일 같이 병문안을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이 회장이 건강을 다시 회복하면서 안정적인 날을 보낼 수 있었지만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국내에 확산됐고, 삼성서울병원이 초기 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좋지 못했다. 결국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공교롭게 이날은 이 부회장의 생일이었다.

특히 2016년 말에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삼성이 연루되면서 이듬해인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됐고, 2018년 2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나기 전까지 서울구치소에서 생활을 하며 생일을 맞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매년 이 부회장은 생일날에도 해외 출장 등을 다니며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과 글로벌 경영 행보를 보이며 바쁜 날을 보냈지만 특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한 2017년부터는 이마저도 어렵게 된 상황이다.

사실상 같은 혐의로 40개월 만에 또다시 검찰과 기소 여부를 다투게 된 이 부회장에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소 여부를 결정한 검찰의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결정이나더라도 검찰은 강제성이 없는 위원회의 결정과 반대로 기소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나오기 때문이다.

검찰이 2018년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도입한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의 적절성 여부를 논의해 권고안을 내놓지만 이 권고안의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이제까지 검찰은 8번의 수사심의위 결론을 거스른 적이 없는 만큼 결과에 더욱 이목이 끌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가 사법리스크로 재판을 받는 과정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경영에 몰두 할 수 없는 만큼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만에 하나 총수가 재판으로 구속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신인도 역시 떨어지게 되는데, 삼성이 국내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한편 삼성은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미·중 무역경쟁이 가속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사법리스크까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여전히 그룹내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사례만 살펴보더라도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당시 이 부회장이 직접 출장길에 오르는 등 위기관리에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기소될 경우 재판 심리 일정으로 인해 이런 신속하고 효율적인 위기 대응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반도체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첫 경영 행보로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를 찾은데 이어 지난 19일에도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DS부문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시간의 중요성을 언급한 이 부회장의 말처럼 미래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 되는 시점에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해 시간이 허비되지 않아야 한다고 재계는 지적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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